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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의사 몰래 졸피뎀 수천정 처방 … 성범죄 등 악용 우려
간호사가 의사 몰래 졸피뎀 수천정 처방 … 성범죄 등 악용 우려
  • 김원근 기자
  • 승인 2019.02.14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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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졸피뎀'을 의사 ID를 도용해 타인 명의로 처방해 복용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11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간호사 A씨(46·여)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청주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며 41회에 걸쳐 졸피뎀을 '셀프 처방' 했다. 그는 근무하면서 알게된 의사 ID와 패스워드를 도용, 진료 프로그램에 접속한 뒤 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했다.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의사의 ID만으로 쉽게 졸피뎀 처방이 가능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가 의사 어깨 너머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가 하루에 수십, 수백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다음날 모든 진료기록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A씨는 2016년 종합병원을 그만둔 이후 세차례나 근무지를 옮기며 38회에 걸쳐 졸피뎀을 처방받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어머니의 명의를 이용했다. 어머니의 약을 대신 받아가는 것이라고 의사들을 속였다. 의료법상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장기간 동일 처방일 경우, 주치의 판단시 약물에 안정성이 안정되는 경우, 동일한 질병일 경우에는 직계 가족에 한해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A씨가 이렇게 수중에 넣은 졸피뎀만 2980정에 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약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이 필요했다"며 "내 이름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양으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의료용 마약류에 분류돼 의사 진료 없이는 처방받을 수 없다. 약효가 빠르고 잠에서 깬 뒤 전날 있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때문에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2년 사이 진정제 성분 약물로 인한 성범죄 148건 중 졸피뎀 사용 범죄가 31건(21%)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딸의 친구를 납치한 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범행 당시 사용한 약물도 졸피뎀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약물이지만 온라인에서도 불법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졸피뎀은) 동네 의원에서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온라인상에서도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초 목적 자체가 치료용 약물이기 때문에 불법유통 근절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Queen 김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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