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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전 대표이사, 조정민 목사가 건네는 삶의 위로
iMBC 전 대표이사, 조정민 목사가 건네는 삶의 위로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2.2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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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이 힘드세요? 고난은 선물입니다”
조정민 목사는 MBC '무한도전'에서 고민 상담 멘토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조정민 목사는 MBC '무한도전'에서 고민 상담 멘토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인생에 한 번쯤 꼭 찾아오는 ‘고난’. 누구도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원한 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법. 이때 “고난은 힘겹지만 유익하다”라며 조심스레 위로를 전하는 이가 있다. 뜨거운 눈물, 대신 아파하는 듯한 한숨, 온기의 조정민 목사. “넘어져야 일어남을 배우죠.” 자신 역시 직접 겪어봤기에 확신할 수 있을 터. 최근 잠언록 <고난이 선물이다>를 펴낸 조정민 목사를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세상에 고난이 면제된 사람은 없다. 고통을 견딘 만큼 강해지고, 고난을 이긴 만큼 깊어진다. 조정민 목사는 “어차피 외면할 수 없는 고난이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적극적으로 견뎌줄 것”을 조언했다.
“물론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이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되지요. 해도 잘 가닿지 않을 거예요. 사실 이번 책 제목을 지을 때도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고난이 선물이다>를 선보인 데는 스스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70년 인생을 돌이켜 보니 고난만큼 유익한 것은 없었다는 것. 고난은 그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데 큰 디딤돌 같은 것이었다.

“제게 늘 친절했던 직장 선배도 기억에 남지만, 때로는 심한 요구를 했던 혹독한 선배가 더 고맙더군요. 그걸 견뎌내며 제가 이만큼 클 수 있었으니까요. 지나고 보니 정말 고난은 선물이더랍니다.”
이를 조정민 목사는 여성의 임신, 출산과 비유했다.

“엄마들이 처음에는 아기를 가진 것을 엄청 후회해요. 열 달 내내 입덧, 감정변화, 체중 증가 때문에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윽고 태어난 아기 얼굴을 보면 그 고통은 매우 가치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또 둘째를 갖는 겁니다. 그것이 긴 터널인 것을 알고도 스스로 그 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공동체성이 결여된 세상

조정민 목사 인생에 가장 큰 고난은 쉰세 살에 찾아왔다. MBC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비롯해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보도국 부국장, IMBC 대표이사 등 25년 동안 언론인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신학교를 가기로 결심한 때였다. 가족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새로이 교회를 개척하는 일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건강도 많이 악화됐다.

그러나 어렵사리 교회가 탄생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변하는 것을 보아오면서 지난날 치렀던 고난, 고통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음을 그는 깨달았다.
“내 자신의 성취에 대한 기쁨보다 이웃들의 성취를 도울 때 행복이 더 컸어요.”

조정민 목사.
조정민 목사.

조 목사는 예수님을 만난 후 사랑의 공동체에 대한 꿈을 품고 목사로 길로 들어섰다. 이후 트위터 광장, 페이스북 우물가에서 인생의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
“점점 자아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과거에는 우리가 절대적 기준에 비춰 자신이 작아져 가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현대에는 절대적 기준이 사라지고 상대적 기준이 자리하며 스스로 더욱 커지고 강해지는 게 목적이 되었지요. 그럴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부딪치고, 공동체성은 나날이 약해졌습니다. 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갈등도 많아졌어요. 불만도, 좌절도 늘었습니다.”

세대를 초월한 만남

조정민 목사는 남을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적이다.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하나의 예도, 공동체가 약화될수록 인간에게 불행과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그는 경고했다.
“어렸을 때 큰 공동체를 경험할수록 긴장, 갈등 해결 능력이 뛰어나요. 외동이 아니라 형제가 둘 셋일 때 아이는 본인이 가족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배웁니다. 반대로 한 자녀 가정 속에서 자란 아이는 갈등이나 긴장에 대처하는 능력이 약해요. 세상 한 가운데 홀로 놓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합니다.”

현재 인구, 가정, 경제 트렌드인 1인 가구 또한 건강하거나 바람직한 추세는 아닌 이유다. 1인 가구들끼리라도 등산 동호회, 자전거 모임 등 취미를 통한 공동체성을 경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자신의 관심사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나눌 수 있는 전인격체적인 공동체를 지향할 것을 그는 권했다.

“세대를 초월한 만남이 있어야 해요. 지금 같은 또래 문화가 아닌 10대가 20대를 만나 대화하고, 식사도 하는 등 교제를 하는 겁니다. 어떻게 세대를 초월할 수 있느냐고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니 힘들지요. 그 사람의 아픔을 나누면 세대를 초월한 교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세대 이기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쓰디쓴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없이 세대 단절을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나지 않으면 비극이에요. 우리 세대가 쓰다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환경오염도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다른 세대를 위해 보전하려고 한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소통의 기술

SNS 시대를 맞아 사람들은 서로 관계를 맺는데 무척 미숙해졌다. 소셜 미디어 덕에 소통의 통로는 늘었지만 그 기술은 더 약해졌다고 조 목사를 꼬집었다.

“소통은 근본적으로 서로 간의 마음을 여는 거예요. SNS는 내가 원하는 만큼만 열지요. 상대방이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알리고 싶어 하는 것만 알리면 소통은 빗나갑니다. 나를 알리면 알릴수록 소통이 부재해지고, 사람들은 오히려 외로워집니다. 아무리 ‘좋아요’를 많이 받아도 그게 진정한 만남과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허상이에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소통을 시작하라는 조정민 목사. 디지털은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 밀접한 사람과는 직접 대면하고 감정을 교류하라고 그는 강조했다. 달랑 문자 한통 보내는 것과 한마디라도 얼굴을 보면서 하는 이야기는 천지차이다. 단순한 텍스트는 도리어 감정 상태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자녀가 있는 집안이라면 부모가 제대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본보기를 보여야 할 거예요.”

핵심은 사랑, 믿음, 소망
좋은 인간관계의 핵심은 사랑, 믿음, 소망에 있다는 조정민 목사.
“이 세 가지가 바탕이 되어야 인간관계가 건강하게 세워진다고 믿어요.”

먼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진정한 소통이 일어날 수 없다. 사랑은 나보다 남을 더 귀하게 여기는 태도다.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서로 미워하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온갖 오해만 낳는다.

믿음 또한 매우 중요한 가치다. 특히 그는 믿음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살아가는 존재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땅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외출할 수 있다. 반면 불신이 늘어나면 이를 위해 쓰는 에너지, 기회비용 등이 증가한다. 서로가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있을 때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

“자기를 의식하면 ‘성장’하고, 공동체나 이웃을 의식하면 ‘성숙’해집니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내 중심 성장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성숙으로 바뀌어야 해요. 나를 기점으로 하면 고난도 단순한 고통이지만, 상대방 관점에서 삼으면 성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난을 겪는 만큼 깊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소망은 나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소망은 욕망일 뿐이다.
“남편과 아내의 욕망이 다를 수 있지만 서로 소통하면 동일한 소망을 가질 수도 있어요. 단 둘이 의논해 냉장고를 바꾸는 것은 욕망이고, 부족한 이웃의 필요를 채우는 것은 소망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랑, 믿음, 소망을 바탕으로 한 고난의 파도타기를 즐길 것을 권했다.
“한국 근대사를 보면 고난이 줄어든 적이 없어요. 고난은 파도처럼 몰려옵니다. 풍랑을 피하기보다 그 파도를 타는 지혜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고난을 즐기는 힘을 가질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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