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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실태취재/쿠웨이트 탈출 교민들의 고국 생활 3개월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실태취재/쿠웨이트 탈출 교민들의 고국 생활 3개월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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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실태취재/쿠웨이트 탈출 교민들의 고국 생활 3개월
1990년 11월호 -실태취재/쿠웨이트 탈출 교민들의 고국 생활 3개월

"고국 땅의 겨울 밤이 춥기만 합니다"

지난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사태로 졸지에 집과 재산을 모두 잃고 빈털털이로 귀국해야 했던 7백여 우리 교민들. 그중 서울에 전혀 연고가 없는 1백여 명은 현재 대한 적십자사 '청소년 복지관'에 수용되어 하루 3천원씩의 국가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11월 말이면 나가야 한다는데...최저 생계 대책도 막연하다는 이들의 고국 생활 3개월을 취재했다.

"전쟁과 살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조국 땅으로 돌아왔는데 거리에 나앉게 되었으니 우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서울 신월동에 있는 대한 적십자사 '청소년 복지관'에 수용되어 있는 쿠웨이트 탈출 교민들의 딱한 첫마디였다. 지난8월2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사태는 단순히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이나 유가 폭등에서만 그 취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태로 인해 쿠웨이트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 7백여 명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채 빈털털이가 되어 참담한 심정으로 고국 땅을 밟아야 했던 것이다.

대부분 70년대 중, 후반에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맨 주먹으로 열사의 땅에 첫 발을 내디뎠던 이들, 한국인 특유의 자립심과 근면성으로 곧 성공을 이루어냈고 탈출 직전의 삶은 중상류층 이상의 풍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행인들을 죽이고 자동차를 약탈하는 생지옥의 아수라에서 언제 내 집에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사태가 계속되자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우리 정부로부터 귀국을 알선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고 이들은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없이 빈 몸, 빈 손으로 비행기를 타고 10여년 만에 귀국을 하게 되었다.

"돌아와선 곧 이곳 복지관에 수용되었습니다. 그러나 3개월 동안만이라는 시한이 있기 때문에 11월말이면 이곳을 떠나야만 하는 현실이에요" 현재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우리 교민은 총53가구 135명. 귀국한 7백여 명 가운데 건설업체 노무자로 나가 있던 이들은 소속 회사에서 정부와 의논, 생계 대책을 마련해 주었다. 또 나머지 1백여 명은 다행히 이곳에 가족이나 친지 등 연고를 갖고 있어서 그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복지관에 수용되어 있는 53가구의 가족들은 그 어떤 연고조차 없어 정부에서 생활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처지.

이미 한국 거주 3개월째가 되고 있는 이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했었다. 남자들은 공사장에서 막노동 일이나 일용 운전직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당장 돈이 없으니 아무리 성실하고 사업 능력이 뛰어나도 뭔가를 시작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여자들은 그들대로 주변 공장들을 돌아 다니며 부업거리를 모아 왔다. 봉투 붙이기, 방석 만들기 등을 하루 12시간 이상씩 열심히 하고는 있으나 그런 수입은 하루 1천원에서 1천2백원을 넘지 못한다고.

"공장에 출근이라도 해서 일하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에요. 하루 식사 시간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을 넘기면 식사 제공이 안됩니다. 그러니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들을 굶길 수도 없고...정말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또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구인광고가 게시판에 나붙기는 하지만 대부분 30세 전후의 젊은 사람을 구하고 있어서 40대 이상인 이들 중에 해당자는 없다.

임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소원

자녀들은 현재 각급 학교에 편입학을 시켜놓은 상태. 대다수가 국민학생인 이들 자녀는 정부에서 학자금을 면제해준다고는 했지만 엄청나게 들어가는 교육비 때문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또 교육 과정이 그곳과는 달라 학과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런 것에는 신경조차 쓸 겨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는 지금 전세금 1천만원과 생계 지원금 4백만원을 융자해 주겠다고 보증인을 세우라고 합니다. 그러나 누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우리에게 보증을 서 주겠습니까? 설사 융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매달 30~40만원씩 들어갈 이자를 감당할 취업 능역이 우리에겐 없습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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