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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PEOPLE/전통도예가 이명배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PEOPLE/전통도예가 이명배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3.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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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PEOPLE/전통도예가 이명배
1990년 11월호 -PEOPLE/전통도예가 이명배

전통도예가 이명배

도자기의 '깊은 맛'을 재현하는 한 무명도공의 비결

이명배씨는 국내에서 일부 고미술상으로부터 '기량이 신기에 가깝다'는 찬탄의 소리를 듣는데 머무는 무명의 사기장(沙器匠)임이 분명하나 정작 일본에서는 '도예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 손이라는 게 마음먹기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흙을 빚어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굽는 도공의 손은 오묘한 조화를 부리는 조물주의 그것에 다름아니다. 이명배씨(43)는 23년 동안 흙과 불을 더불어 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구워온 도공이다. 그의 손은 장풍을 일으키듯 힘이 뻗치기도 하고 때로는 여인의 섬섬옥수를 살며시 쥐듯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그는 20년 넘게 세련된 도자기를 빚어왔지만 그 자신은 아직 촌티가 물씬 나는 '우리동네 이씨'에 불과하다. 그는 가마에 눌러앉기 시작할 때부터 현대자기류보다는 조상의 숨결이 스며있는 전통자기에 더넋을 빼앗겼다. 고려청자, 분청사기, 이조백자 등의 전통자기를 두루 빚어왔지만 그가 마음을 두고 싶어하는 것은 분청사기다. 이것은 다른 자기에 비해 질박한 서민의 냄새가 배어 있는데 어찌보면 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명재씨는 홍대 도자기과에 다니다가 지난 68년에 도예가 김재석씨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용인에 있는 자신의 가마인 만초요에 틀어박혀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개의치않고 도자기를 빚고 있다. 사실 도자기는 웬만한 전문가 아니면 진품을 가려내기 힘들다. 작품이 좋다해도 도예가의 지명도가 없으면 수요가 없는게 상업주의에 물든 요즘의 세태다. 그러다보니 유명도공의 작품을 모방한 엉터리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명재씨는 이름없는 도공으로 살고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이 하나둘씩 퍼져가면서 진가를 아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대부분 입 선전을 들은 상인들이거나 일본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상인들은 이명재씨가 만든 작품에 이름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무명인이라 안팔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이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해둔다. 모대학 박물관에는 15세기에 만든 분청사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작품이어서 쓴웃음이 피식 나왔다. 일본인들이 값싸게 사간 그의 작품은 국내에 역수입 돼 비싼 값으로 팔리기도 한다. 한때 그의 작품을 사간 일본인이 출국시에 문화재관리국에서 나온 감정관에게 진짜 문화재 밀반출로 걸린 적도 있었다. 그가 해명하는 바람에 겨우 혐의를 벗기는 했지만.(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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