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작은 한라산 ‘사라오름’... 겨울의 끝자락, 놓치면 안 될 마지막 눈꽃트레킹
작은 한라산 ‘사라오름’... 겨울의 끝자락, 놓치면 안 될 마지막 눈꽃트레킹
  • 류정현 기자
  • 승인 2019.03.03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山, 그 산에 가고싶다
(위)꽁꽁 얼어붙은 한라산 정상. (아래) 사라오름을 지나면서부터 한라산은 눈꽃 세상이다.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하얗게 눈꽃처럼 피었다.
(위)꽁꽁 얼어붙은 한라산 정상. (아래) 사라오름을 지나면서부터 한라산은 눈꽃 세상이다.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하얗게 눈꽃처럼 피었다.


새 봄이 머지않았지만 제주도 한라산은 아직도 설국(雪國)이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제주의 오름길 가운데 한라산과 맞붙어있는 ‘사라오름’은 백록담을 닮은 비밀스러운 호수가 숨어 있고, 서귀포 일원과 한라산 정상을 조망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내친김에 한라산 정상까지 발걸음을 이어준다면 더없이 특별한 트레킹이 될 것이다. 순백의 눈꽃정원이 그곳에 있다.


봄이 코 앞이지만 그곳은 아직도 설국


한라산은 4계절 어느 때나 아름답지 않을 때가 없겠지만 그래도 이즈음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봄이 오면 곧 사라져버릴 마지막 설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서리로 불리는 신비로운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난 설국의 은빛 풍경은 겨울의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사라오름’은 그 한라산을 오르는 길 7~8부 능선에 자리한 기생화산이다. 386개의 제주 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고, 정상 분화구에는 태고의 신비를 가득한 호수가 숨어있어 작은 백록담으로 불린다. 한라산 일주코스의 출발점인 해발 750m의 성판악휴게소에서 여정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6.4㎞의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급하지 않고 완만하며 무엇보다 빽빽한 나무 숲 속을 걸어가기 때문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사라오름까지는 왕복 4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내친김에 백록담을 함께 오르려면 넉넉하게 8~9시간을 잡아야 한다. 따라서 일찍 길을 나서는 것이 좋다. 또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를 신고 아이젠을 꼭 챙겨가야 한다.

성판악휴게소에서 2km 거리에 있는 구름다리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숲2길이 계속된다. 한여름에는 숲이 하늘을 덮어 터널을 만들 만큼 울창하고, 눈이 내린 겨울에는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나 장관이다. 특히 1시간가량 걸었을 때 만나는 해발 1000m 지점에 위치한 삼나무 군락지는 이 코스의 백미다. 하늘로 곧게 뻗은 시원한 삼나무들이 푸른 잎을 드리우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엔 잠시 숨을 멈추고 만다. 푸른 삼나무가 눈을 뒤집어쓴 채 축축 늘어진 모습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난 듯 신비롭다.

노루가 찾아와 목 축이는 작은 백록담
 

운이 좋으면 산행길에 노루를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산행길에 노루를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삼나무 터널을 빠져 나오면 곧 속밭대피소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는 다소 경사가 급해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라오름과 백록담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나무데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20여분 거리에 사라오름이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숲으로 둘러싸인 분화구가 나타나고,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듯한 작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수 둘레는 약 250m, 축구장만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이 호수는 백록담 다음으로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정호수이며, 한라산에 사는 노루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찾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호수 왼쪽으로 난 나무데크를 가로지르면 전망대로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왼쪽으로는 멀리 푸른 바다 펼쳐져 있고, 서귀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부터 길게 펼쳐진 한라산 자락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오른쪽으로는 한라산 정상이 우뚝 솟아있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2시간 넘게 이곳까지 땀 흘리며 걸어온 수고를 한순간에 날려준다. 고지대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때로 구름이 조화를 부려 이 아름다운 풍광을 가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히면 그 모습은 더욱 신비스럽다.
 

(위)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 전경. (아래) 성판악코스에서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입구.
(위)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 전경. (아래) 성판악코스에서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입구.

나뭇가지마다 내려앉은 눈꽃은 상고대

목적지인 사라오름에 도착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리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길을 이어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도전해도 좋다. 일몰이 되기 전 산을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1시간 거리의 진달래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하고 있는데 겨울에는 보통 낮 12시 이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시간과 체력을 따져 여의치 않으면 사라오름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다.

백록담은 사라오름에서 되돌아나와 갈림길에서 왼쪽 한라산 정상코스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곳부터는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달리 제법 급한 경사가 이어진다. 정상까지는 약 2시간. 여기에서부터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이국적 풍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이곳부터는 겨울 내내 설국(雪國)이다. 한번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쌓이고 또 쌓인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 상고대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고산지대의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생기는 ‘나무서리’가 상고대이다. 나뭇가지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모습은 신기하다. 가지마다 곱게 피어있는 상고대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진달래대피소다. 이곳에서는 쉬면서 가져온 간식을 먹고 정비를 한 뒤 출발하는 것이 좋다. 백록담까지는 경사가 급한 구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한라산 정상에 오래 머무를 시간은 없다. 해 떨어지기 전에 산을 빠져나오려면 길을 서둘러야 한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을 되짚거나 반대쪽 관음사코스로 내려와도 된다.


글·사진 [Queen 류정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