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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아주대 교수,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진짜’ 비결은?
김경일 아주대 교수,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진짜’ 비결은?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3.04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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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교수.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일 아주대 교수. 국내 대기업과 TV 강연 등을 통해 스타 강사로 맹활약 중인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대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운동선수로 생활했는데…. 그런 그가 어떻게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 결정, 문제 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대해 연구했다는 김 교수.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상황과 환경에 있어 얼마나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었는지요. 덕분에 평범한 머리와 약간의 노력으로도 일자무식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순식간에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로또에 버금가는 행운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는 자신의 행운을 이제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서의 결과로 많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근 <십 대를 위한 공부 사전>을 펴냈다.
 

동기부여가 먼저다... 다양한 경험을 선물할 것

이 책은 십 대를 위해 공부 잘하는 비결을 담았지만 여느 책들과 달리 ‘공신’ 같은 한 개인의 특정한 경험이나 비법만을 제시, 강조하지 않는다. 인간은 노력과 재능이라는 단 두 개의 변수로만 설명하기엔 너무 미묘하고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인지심리학이라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그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 왜 그 방법이 효과적인지 등의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에 대해 설명,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죽어라 노력하지 않아도, 공부에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뛰어넘게 만드는 인지심리학을 기초로 한 최고의 공부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답은 의외로 ‘동기 부여’에 있었다. 청소년들은 초등학교 교육을 제외하더라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부하지만, 대부분 왜 자신이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동기가 없다. 그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압박 속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부법을 따라하기 바쁘다. 그러나 누구든 동기가 없으면 무슨 일이든 금세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재능 있는 공신들의 공부법을 무작정 따라하는 노력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 부모가 옆에서 해줄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제일 주효한 것은 단연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동기란 ‘나는 저렇게 되고 싶어’, ‘나는 저걸 가지고 싶어’, ‘난 저게 정말 좋아’ 등 아주 간단한 소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고, 무슨 일, 어떤 사람이 제일 멋있는지를 어떻게 체험하지 않은 채 알 수 있을까? 이때 체험은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김 교수. 박물관보다 캠프, 미술, 음악 활동, 여행 등을 통해 아이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서 하는 체험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 와중에 아이는 분명 ‘저 사람 참 멋있다’, ‘저 일 너무 훌륭해’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생길 거예요. 예컨대 천문대를 갔다가 우주 비행사가 너무 멋져 보여서 천문, 기상, 우주 관련 일을 장래 희망으로 삼을 수 있겠지요. 또는 병원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너무 훌륭해 보여서 미래에 의사가 되는 것을 꿈으로 품을 수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님이라면 아이들을 자기 직장에 자주 데려가도 좋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녀에게 장래 희망, 목표, 꿈, 동기 부여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면 ‘너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제일 멋있는 거 같니?’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아이에게 제일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게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장래 희망?
‘명사’보다 ‘동사’에 집중할 것

그 역시 고등학교 때 운동을 그만둔 후 선생님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향후 선생님이 되겠다는 결심 하에 열심히 공부한 것이 그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당시 선생님이 준 쪽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그렇게 대학을 갔는데 선생님보다 교수님이 더 멋있더군요. 기업의 상무, 방송국 아나운서 선배, 의사 등 그 어떤 직업도 눈에 안 들어왔어요.”

김경일 교수가 말하는 진짜 공부 잘하는 법.
김경일 교수가 말하는 진짜 공부 잘하는 법.

왜 그랬을까?
“저는 ‘선생님’, ‘교수’라는 직업보다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좋았던 거예요.”

이에 그는 동기부여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는 팁도 빼놓지 않았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의 힘을 우리는 ‘동기’라고 부른다. 그것은 ‘행위’다. 선생님, 교사가 꿈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사를 동사로 바꿔 ‘가르치는 사람’을 꿈으로 삼는다면 직업의 범위도 매우 넓어질 것이다.

비슷한 예로 카메라 감독이 꿈인 아이에게 ‘무엇인가 기록하는 행위’에 동기를 부여한다면 꼭 카메라 감독이 아니어도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등도 장래 희망이 될 수 있다. 혹은 아이가 야구를 좋아한다면 왜 그런지 곰곰이 살펴보자. 야구를 하는 행위보다 야구 해설에 더 흥미를 보인다면 중계방송 캐스터가 더 직업으로 적합할 테니 말이다.

“부모가 아이들이 어떠한 행위에 동경심을 갖는지 알기 위해서는 관찰이 필수예요. 이때 우리 주위를 둘러싼 수백 가지 동사를 기준으로 삼아보세요. 아이가 무엇에 가장 집중하고, 열중, 몰입하는지를 곧 캐치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행위에 대한 답이 나오면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도 그려지겠지요.”

자녀에게 맞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이후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것. 일단 좋은 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바로 목표랑 계획을 혼동하는 것이다.

“오늘까지 수학 문제집 3장을 푼다? 이는 목표이지 계획은 아닙니다. 계획은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해요. 옆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강압적으로 목표를 던져주기보다 ‘30분 동안 수학 한 장의 3분의 1 문제를 풀어볼까?’처럼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너만의 공부법을 찾아라’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세요.”

김 교수는 약간의 난독증이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한다. 글씨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읽어야 하므로 일찍 지치기도 한다. 이에 청소년 시절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는 과목을 자주 바꾸곤 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ADHD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제가 이 사실을 털어놓는 이유는 누군가의 성공 신화만으로 하나의 공부법을 표준화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부모 세대가 자기 공부법을 아이에게 물려주면서 첫 번째 오염이 일어납니다. 자녀마다 지닌 기질, 특징을 이해한 후 직접 공부법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훨씬 유익해요.”
 

라이벌보다 롤모델

이외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범하고 있는 실수들은 상당하다. 그 중 하나가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다뤄진 ‘라이벌’에 관한 것이다. 자녀의 공부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라이벌을 활용하는 부모들. 이게 과연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단기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어요. 소위 상대비교에서 우위에 서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데 라이벌만한 것은 없거든요. 부모가 라이벌을 활용하면 아이 초반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라이벌은 도리어 독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초반 레이스에서 에너지가 모두 소진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차라리 라이벌보다 페이스메이커를 앞에 두는 게 장기적으로 현명한 처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롤모델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선수들이 자기만의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지요. 같은 트랙에서 경주하는 라이벌보다 이미 앞서간 롤모델을 둬야 아이가 멀리,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시기와 질투심을 이용, ‘비교’라는 벌로 라이벌을 제시하는 것만큼 자녀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녀교육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

이어 그는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로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무엇인가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통해 아이 방에 변화를 줄 것을 제안했다.

“누군가 제게 단기간에 성적이 월등히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으면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대답해요. ‘제 방에서 오디오를 치운 게 성공 비법이었습니다.’ 인간은 절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어요. 제가 그토록 좋아했던 오디오가 제 생활 반경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 절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변화란 무엇인가 ‘플러스’ 하는 거로 생각하는데요. 무엇인가를 아이 방에서 덜어내는 것을 하나의 변화로 삼아보기를 바랍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 전체 행복과도 관련이 깊으니까요.”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도 제각기 다르므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아이의 잠을 줄이는 실수도 절대 범하지 말라고 그는 덧붙였다.

“왜, 예전에 전교 수석한 아이가 공부 비결이 ‘충분한 잠’이라고 말한 적 있잖아요. 자신이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을 때 몽롱한 상태, 불쾌감을 알고 있었던 똑똑한 아이입니다. 충분히 잠을 잤을 때 공부한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쾌감도 느꼈을 거고요. 애나 어른이나 똑같아요.”
 

이타적인 아이가 성적도 좋다

마지막으로 김경일 교수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녀를 이타적인 사람으로 키우라는 것이다. 실제로 어중간한 위치가 아닌 최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이 지닌 특징 중 하나가 이타성이라고 한다. 이는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신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공부한 것을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쓸 때 학습 효과가 8배가 높아지거든요. 자신이 배운 내용을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일만큼 좋은 것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이타적인 아이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지요.”

이기적인 아이는 자기 말을 금방 알아듣는 친구에게만 친절하다. 이타적인 아이는 모두가 귀찮아하는 아이에게도 친절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알려준다. 입이 턱턱 막히는 곤란한 질문을 마구 던지는 친구를 통해 아이 스스로 모르고 있던 것을 공부해 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타적인 아이는 학업 성적은 물론 사회에 나와 성공할 확률도 매우 높답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촬영 협조 르 메르디앙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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