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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3만 달러 국가? 저소득층은 '그림의 떡'
우리가 3만 달러 국가? 저소득층은 '그림의 떡'
  • 김원근 기자
  • 승인 2019.03.05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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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그림의 떡이며 체감소득은 여전히 1만달러에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

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성과가 개인에게 돌아가려면 고용와 임금이라는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하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양극화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득 3만달러 달성에 12년이 걸린 점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악화된 부분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3만1349달러(약 3449만4000원)로 집계됐다.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은 지난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지 12년만이다. 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지만 '풍요'를 체감할 수 없는 이유는 2만달러에서 3만달러에 진입하는 데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70~90년대 고도성장기를 보낸 우리 국민들에게 12년 동안 1만달러 만큼의 성장은 큰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결과를 두고 환율변동에 의한 착시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일시적 외환시장의 영향으로 소득 3만달러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GNI가 역사적 기록을 세웠지만 대부분 경제 지표는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 3.1%를 기점으로 지난해 2%대로 떨어지고 올해 역시 2%대 중반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면서 저성장이 고착됐다. 여기에는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의 부진이 한몫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연초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함께 내수상황도 좋지 않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용상황은 참사 수준에 가깝다. 올 1월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로 증가한 반면, 취업자 증가폭은 1만명대로 주저 앉은 상황이다. 심각한 고용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민간 일자리 증가가 더디면서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는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울한 3만달러라 해야 할 것 같다. 해피 3만달러면 대외 파티도 하고 행사도 하고 이렇게 해야되는데 그것에 대해서 기뻐도 기뻐할 수 없는 처지"라며 "고용없는 성장과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의 부진(자동차, 조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분위별 양극화 속에서 만들어진 3만달러"라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는 3%대 성장과 함께 정부가 우리 경제성장의 척도로 삼았던 수치다. 2017년 3.1% 성장에 이어 지난해 소득 3만달러를 연이어 달성하며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지난 반세기를 반추해보면 1970년 3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배 이상 증가했고, 경제규모는 600배 이상 성장했다"며 "세계 유례없는 성공스토리는 우리 국민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모든 경제 주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실제 국민들의 체감은 이에 못미친다는 점이다. 고도의 성장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 계층이 느끼는 소득 수준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전년동분기 150만5000원보다 26만7000원(-17.7%)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전년동분기 845만원보다 87만5000원(10.4%) 증가해 4분기 기준 역대 최고 소득증가율을 기록했다. 분위별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분기 5.47배를 기록하며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소득 가구가 실질적으로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저소득 가구보다 5배 이상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득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올라갔지만 서민들이 경제성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경제가 성장했다 이렇게 두드러지게 볼 수는 없다"며 "전체적으로 보게 되면 소득이 높은 쪽은 소득이 늘었지만 1~2분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아무래도 저소득층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고소득층은 영향을 덜 받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경기가 위축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분배개선과 함께 효율성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분배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소득 높은 사람이 소비도 많이 해줄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저소득층은 소득을 높여서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이렇게 양극화를 줄여주면서 전체적으로 경기가 나아져야 저소득층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소득재분배하고 효율성을 잘 밸런싱해야 한다"며 "너무 소득재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면 효율성이라는 경제 파이가 쪼그라들게 된다. 두 가지를 어떻게 밸런싱하느냐가 정책입안자의 중요한 선택"이라고 제언했다.

 

[Queen 김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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