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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금강 휴게소 가락국수'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금강 휴게소 가락국수'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3.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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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풍경이 마음에게'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풍경이 마음에게'

내가 남쪽 시골 마을의 소년이었던 시절 친척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서 아버지와 고속버스를 타고 난생 처음 서울에 간 적이 있었다.

서울에 도착해서 아버지가 가까이 있는 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기가 천도교 중앙대교당이라 했으니 결혼식은 종로 어디쯤에서 있었던것 같다.

서울에서 머문 시간이래야 두 어시간에 불과했지만 높은 건물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이 내게는 마치 먼 딴세상의 도시 같았다.

식을 마치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거기가 금강휴게소 였다.

금강휴게소는 바로 앞에 금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에 산이 강을 따라 늘어서 있어서 어린 내 눈에도 참 아름다운 경치의 휴게소 였다.

경치도 경치지만 그 날 금강휴게소에서 십 오분 간의 휴식 시간에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가락국수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며칠 전에 부산 출장을 마치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오는데 충북 영동을 지난 지점에서 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 카메라도 있고 해서 설경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다가오는 휴게소에 들렀는데 거기가 마침 금강휴게소 였다.

경부고속도로를 간혹 이용하는 편이지만 워낙 많은 휴게소가 새로 생겨서 그랬는지 이상하게도 금강휴게소에 들른적이 없었다.

휴게소 앞 푸른 빛 강물도 그대로고 그 뒤의 산도 그래로였다.
다양한 음식을 파는 간이 매대의 간판이 요란하긴 했지만 휴게소 건물도 그대로인 듯 했다.

한국 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가락국수를 호도과자 어묵등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추억의 간식 5개'로 선정했다고 한다.

밥때가 아니었지만 국수 한그릇을 사서 강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후루룩 소리내어 먹었다.

삼십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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