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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리포트...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거리
인사동 리포트...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거리
  • 최하나 기자
  • 승인 2019.03.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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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화와 모던아트를 동시에 감상하는 화랑가
서울에서 가장 한국스러운 인사동 리포트.
서울에서 가장 한국스러운 인사동 리포트.


서울에서 가장 고풍스런 거리, 60~70년대부터 미술품, 골동품의 향기가 스며온 거리.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관광거리로 변신한 이후에도 미술상들이 즐겨찾는 거리로 그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한국다운 거리, 인사동 리포트.

외국인 친구가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혹은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는 교포 친구를 한 명이라도 안내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을 첫날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묻고 싶다. 한국을 제일 잘 알릴 수 있는 곳, 혹은 제일 잘 알 수 있는 곳, 인사동이 아닐까. 

겨울 끝무렵 인사동 거리는 한가로웠다. 삼청동 정독도서관 올라가는 길 건너편 인사동 길로 들어가는 길엔 빨갛고 파란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등들이 철제 구조물에 가지런히 열을 지어 매달려 있었다.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이 받치고 있는 겨울 하늘 아래로 펼쳐져 있는 사각 등의 행렬은 조형물처럼 설치작품처럼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인사동 청사초롱 광장’ 그러고 보니 낯익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사각 등은 예쁜 우리말로 청사초롱이었다.

모던하고 세련된 외관의 갤러리에선 전시중인 작품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잠시 들어가 작품들을 둘러보다 유리 밖을 바라보니 통유리 창문 저편에 고색창연한 옛 서적들이 잘 손질되어 꽂혀 있는 것이 보인다. ‘통문관’, 가게 유리문 위 현판엔 멋진 필체의 한문으로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고서적을 취급하는 통문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해 이곳을 찾는 이방인들에겐 인사동의 명물로 꼽힌다. 통문관 안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빼곡히 채우고 있는 고서적들의 양에 놀라게 된다. 그렇게 진열된 책들을 조금 들여다보다 보면 그들 중 매우 연식이 오래된 것들이 있고 그 값 또한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임에 놀라게 된다.
 

고서적을 취급하는 통문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고서적을 취급하는 통문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혹자는 조금 눈에 띄는 중고서점 정도로 통문관을 지나칠지 모르지만 통문관은 1934년 ‘금항당’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이래 오늘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으로 알려졌다. 해방을 맞아 1945년 ‘통문관’이라 이름을 바꾸었다. 시인 이생진은 인사동 길을 지나며 스친 영감으로 ‘통문관’이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으니 그야말로 역사 문화 자료인 셈이다.

통문관이 전해주는 정서처럼 학문적이고 예술적인 품위가 은은히 스며든 예전의 인사동 길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최근의 인파들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70~80년대 좁은 길 양옆으로 크고 작은 화랑들과 소박하고 수수한 표구 가게들이 인사동 길을 메우던 그 때를 추억하는 장년층들이 그렇다. 지금의 상가 많고 복작거리는 인사동 길을 경박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경박함이 가져온 쾌활함과 발랄함이 젊은 층을 이 거리로 불러들였다. 우아함에 대중적인 재미와 재치가 섞여들자 거리에 생기가 돌게 되었고 이곳에서 전통은 더 이상 나이 듦을 상징하지 않게 되었다.

인사동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한국’은 골목골목 있는 한식집의 맛깔난 우리 고유음식들이다. 여러 기념품과 갖가지 공예품들을 파는 숍, 노점상들이 있는 큰 길 사이사이로 한옥 형태의 낮은 건물들은 대부분 이런 한식집들인데 ‘한국의 백년가게’로 선정된 ‘선천’은 정치인들과 문인들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역시 한식 정찬 위주의 그 옆 ‘이모집’, 게장으로 이름난 ‘양반댁’, ‘해변의 꽃게’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얼큰수제비가 일품인 ‘조벡이 수제비’ 집은 인사동 맛집 베스트 안에 꼽히는 곳으로 수요미식회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점심시간 다 돼서 갈 경우 오랫동안 대기할 수도 있으므로 11시 반쯤 도착하거나 아예 조금 늦은 한시 반 정도 가는 것이 인파로 인한 혼잡을 피하고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궁’은 개성만두로 이름난 집으로 3대째 내려오는 손만두의 명가다. 2017, 2018, 2019 세 차례 미쉐린 가이드 ‘빕구루망’에 선정된 집이기도 하다. 빕구루망은 3만5천원 이하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인사동 길에서 빠질 수 없는 것, 한복과 한국의 전통 소품들.
인사동 길에서 빠질 수 없는 것, 한복과 한국의 전통 소품들.

 

이런 숨은 골목 맛집 사이사이에는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등이 한옥 건축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만의 이국적인 환경을 즐기고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젊은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인사동 길에는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나 20~30대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곳에 한복 대여점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전통 찻집은 물론, 전통 먹거리인 타래과 등을 파는 가게도 있어 오후나절 이 거리를 돌며 군것질거리를 사먹는 맛도 쏠쏠하다.

이 거리에서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쌈지길이다. 쌈지길은 사각형 모양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인데 건물의 독특함과 깔끔한 상가 인테리어 그리고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내외국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힌다. 전통 공예품, 액세서리, 생활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다 상가에는 재미있는 조형물도 많아 그것들을 배경삼아 사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한지공예방, 도자기 가게, 부채, 불상, 하회탈, 민화, 복제 수묵화 등 쌈지길과 그 주변의 상가들은 온통 구경할 것들로 가득해 이곳에선 걸음을 평소 걷기보다 한 템포 늦추는 것이 좋다.

인사동 골목길을 들어오는 길은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 인사동 방향으로 내려가 골목길로 들어서는 것과 1호선, 3호선, 5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내려 나와 낙원상가를 거쳐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오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글·사진 [Queen 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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