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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4.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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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1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1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2
1990년 11월호 -참회수기/어느 사형수의 옥중 서신2

 

기다림으로 불 밝히는 나의 슬픈 어머님이시여!

사형수 차순석(38세). 생사의 갈림길을 미처 예측할 수도 없는 대구교도소 미결사에서 5년째 형 집행만을 기다리며 초조한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있다. 순박한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흙냄새 밖에는 알지 못하던 그는 왜 세 자녀와 늙으신 부모님을 남겨둔 채 사형수가 되어야만 했는가? 지금은 불도에 귀의, 감옥안에 법당을 차리고 '감방스님'이 되어 포교활동을 하는 등 새롭게 거듭난 삶을 살아가는 사형수 차순석씨의 참회록을 소개한다.

오늘 밤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 생각에 쓰라림의 눈물만 흘리고 계실 슬픈 나의 어머님!

고향을 떠나온 지 이제 수 해가 흘렀건만도 아직도 때가 되면 귓가에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고 나락 베는 소리에 잠을 설칠 정도로 고향은 제게 가까이만 있습니다. 어머님으로부터 받은 '차순석'이라는 이름 석 자를 박탈 당하고 지금은 '1324'라는 아라비아 숫자가 저의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안타까운 불효의 나날들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대열에서 벗어나 사회와 단절된 이 하얀 벽돌담 속,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도 꽃은 피는가 봅니다. 끊임없는 죽음의 그림자만이 어둡게 드리워진 이곳, 절망과 좌절밖에는 없는 이곳에서 저는 오히려 새 삶으로 거듭 태어났으니까요.

지금가지 살아온 내 반생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끄러운 것이었는가를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받는 것만을 좋아했으며 내 기분 내키는 대로 악담과 욕설을 퍼부어 상대로 하여금 마음 아프게 했던 나의 업보를 말입니다.

불법을 배움으로 비로소 인간이 되었고 철창 안에 서나마 조석으로 예불을 드리니 쌓이는 공덕으로 마음이 거벼워집니다. 불도에 열심이다 보니 언제부터, 누구로부터인가 '감방스님' 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 제겐 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모든 재소자들을 부처님 지혜의 전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제 다음 생의 여행길이 얼마나 가벼울까요. 그러나 어머님, 소자의 불효함만은 이 몸으로 보시하지 못하니 그게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교사가 되길 바라셨던 어머님의 꿈도 이루어 드리지 못하고 도시의 유혹은 이겨냈지만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내 고향 산골의 농부로도 살지 못하게 되었던 그날 이후, 저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의 귀로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습니다.(중략)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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