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이십 여 년 전 순천만의 그 유명한 'S자 물길' 사진을 찍으러 가서 촬영 포인트를 찾지 못해 헤맸던 기억이 있다.
순천 해룡면 용산이라는 작은 야산의 정상에서 순천만을 내려 보아야 'S자 물길'이 보인다는데 어느 지점에서 용산을 오를 수 있는지 몰라 길을 헤맸던 것이다.
그러던 중 거기를 가려면 큰 오리농장을 지나야 된다는 것이 생각나 인근 마을 주민에게 오리농장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주민이 가르쳐 준데로 가보니 과연 용산으로 오르는 좁은 둑길이 있었다.
한 십 여 분 산을 오르니 노을이 지는 순천만 갯벌에 사진으로만 보던 'S자 물길'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그 물길은 밀물때는 보이지 않고 썰물이 져야만 보이는데 운이 좋게도 그 날 노을이 지는 시각에 썰물이 져 원없이 사진을 찍고 산을 내려왔다.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순천만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어디든 내비게이션을 따라 가기만 하면 돼서 세상이 참 편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이나 해질녘의 바다를 30초 이상의 장노출로 찍은 독특한 색감의 사진에 매료되어 있는 상태라 이번에는 'S자물길'을 찾지 않았다.
동틀 녂 화포해변에 도착했을 때 어둠에 묻혔던 순천만 건너 해룡면의 마을이 드러나고 벌써 바다로 나온 부지런한 어부의 고깃배 한 척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고기를 잡는 그물들이 마치 화가가 바다를 캔버스 삼아 추상화를 그린듯 실루엣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삼각대를 받치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본 한 어르신은 내가 일출사진을 찍으러 온 줄 알고 한마디 하셨다.
"해뜨는 것은 여그말고 쩌기 저 짝에서 찍어야 혀"
순천만은 언제 가도 포근한 어머니의 품 같다.
돌아오는 길에 활력을 주유하고 희망의 전조등을 다시 켰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