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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명의’ 양정현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유방암 예방? 자연 순리대로 따라야”
‘유방암 명의’ 양정현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유방암 예방? 자연 순리대로 따라야”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3.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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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현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최근 여성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이 과거 10년 전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더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는데…. 자칫하면 여성 고유의 아름다움, 자신감을 빼앗아가는 유방암. 평소 자가진단은 물론 1년에 한 번씩 유방 엑스레이 촬영으로 조기진단에 힘써야 한다. 동시에 이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유방암 명의로 알려진 양정현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을 만나 유방암의 원인, 치료, 예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 2002년 여성암 발병률 중 1위에 등극한 유방암. 2006년에는 신규 유방암 환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는 불명예스러운 뉴스가 전파를 탔다. 한국유방암학회의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근래 유방암 환자는 1996년 대비 세배나 증가했다. 현재 여성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환자 는 46.8명.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방암 발생률 증가 추세가 매우 빠르다고 양정현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통계뿐 아니라 체감적으로도 외래 환자 중 유방암 환자 비율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에요. 과거에는 폐경기에 접어든 4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 환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30대 초반, 심지어 20대 후반 환자도 만납니다. 유방암에 걸린 미혼 여성을 볼 때면 가슴이 참 아프지요.”
 

핵심은 여성 호르몬

물론 유방암이 의심되는 특징적인 신체적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조기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 수가 지난 10년 새 4배가량 증가했다. 이로 인해 0~1기에 진단되는 조기 유방암 환자 수가 함께 상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주요 원인은 따로 있다.

“추측건대 유방암은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깊습니다.”

핵심은 여성이 평생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에 얼마나 많이 노출됐느냐에 있다. 에스트로겐이 유방을 계속 자극하면 정상 세포도 암세포로 분열된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빨라진 초경과 늦은 결혼, 저출산, 모유 수유 감소가 유방암의 원인으로 거론되곤 한다. 초경이 빨라진 것을 비롯해 늦은 결혼이 저출산으로 이어질 경우 임신 동안 줄어드는 여성 호르몬 수치의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도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가슴이 처질까 봐 모유 수유를 꺼리는 게 유방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은 것이다.

또한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도 젊은 층의 유방암 발병을 더 촉진할 수 있다. 고지방, 고칼로리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습관은 비만을 일으키기 쉬우며, 비만은 여성 호르몬을 더 활성화한다. 폐경 후 비만은 유방암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여성과 서양 여성들 간 유방암 발생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 쪽 유방암 환자가 우리보다 많지요. 그러나 이러한 추세라면 현재 젊은 세대가 40대, 60대가 될 때 서양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과 똑같아질지도 모르겠어요. 무척 염려스럽습니다.”

가족력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유방암의 강력한 원인. 이외 피임약, 치밀유방, 파라벤도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유방암 자가 진단법

유방암에 걸릴 경우 신체 건강은 물론 여성의 정체성, 자신감마저 저하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필수다. 평소 유방암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 유방에 통증이 느껴질 때 불안감을 느끼지만 실제 유방 통증은 유방암과 큰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보다 가슴과 겨드랑이에서 혹이 만져진다거나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가 하면 유방 피부가 함몰됐을 경우 하루빨리 병원을 찾으라고 양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매달 생리가 끝난 지 일주일에서 열흘 째 됐을 때 샤워하면서 비누각을 이용해 가슴에 혹이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는 자가 진단법을 권했다.

“혹시라도 무엇인가 만져졌다고 너무 좌절하지는 마세요. 혹도 열 개 중 아홉 개는 섬유선종이거든요. 모든 혹이 악성은 아닙니다. 섬유선종은 어느 정도 자라다 멈춰요. 설사 크다고 해서 무조건 암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므로 안심하세요. 분비물도 모든 암 환자에게 보이는 증상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있다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 꼭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유방암 치료, 여성성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

유방암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유방 엑스레이 촬영이 진행된다. 치밀유방인 20, 30대 여성은 엑스레이로 판독이 어려워 유방 초음파 검사가 우선시 된다.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있으면 확진은 조직 검사를 통해 내려진다. 미세한 바늘로 유방 속 세포를 흡입해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검사도 있지만, 이보다 세포 덩어리를 채취해 체크하는 조직검사 결과가 더욱 정확하다. 의학 기술이 발전해 메스로 도려내는 수술 없이도 요즘은 굵은 바늘 모양의 총으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어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 검사 후 몇 시간 안에 유방암이 확실시되면 치료는 암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혹이 생각보다 작고 진행이 많이 안 됐다면 이를 도려내는 수술이 제일 좋은 치료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방 부분절제 수술법으로 여성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도 최소화한다. 전체 절제, 부분 절제 모두 방사선 치료와 함께하면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

“유방암 치료는 무엇보다 흉을 적게 내면서도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실시해요. 그래야 여성 환자에게 심리적, 신체적 부담이 덜 가니까요.”

반면 혹이 크고 암세포가 임파선까지 전이된 3기 환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전체 절개 수술이 이뤄진다는 양정현 교수. 선행 항암치료로 암크기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전체 절개 수술을 했더라도 유방보존술로 충분히 여성성을 되찾아줄 수 있으므로 희망의 끈은 놓지 말라고 그는 위로했다.

“여성의 상실감을 덜어주는 게 현 유방암 치료법의 트렌드입니다.”
 

'유방암 명의' 양정현 교수.

유방암 수술 선진국, 한국

한국의 유방암 생존율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을정도다. 깊숙이 침투하지 않고 표면에만 생긴 0기 유방암은 99% 완치가 가능하다고 양 교수는 자랑스러워했다. 1기도 90%가 치료된다. 2, 3기 10년 생존률도 60. 70%에 이른다. 다른 장기에 전이된 4기도 예전에는 모든 의사가 두 손 들어 포기했지만, 지금은 5년 이상 생존율이 20, 30%까지 올랐을 정도로 예후가 좋다.

유방암에 걸린 젊은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임신, 출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임신 중에 발견된 유방암에 항암제를 쓸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어 치료는 출산 후에 이뤄진다. 임신을 준비 중인 환자에게는 항호르몬제를 쓸 시 무월경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난소 보호제를 함께 사용하거나 인공수정을 위해 난자를 채취하기도 한다. 보통 임신시도를 위해 최소 4개월간 장기 복용 중인 항호르몬제를 끊곤 한다.
 

건강한 습관이 진리

아무리 치료법이 잘 발달해 있을지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예방일 터. 생활 속 유방암 예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양정현 교수는 “자연 순리를 따르라”는 의미심장한 답을 내놓았다. 제때 결혼해 아이를 낳고, 체중도 정상으로 유지하라는 것. 이를 위해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등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지방이 많이 들어간 정크푸드를 멀리하며, 신선한 채소를 잘 챙겨 먹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중해식 식사 즉, 식물성 단백질, 곡물류, 어류의 섭취가 유방암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술도 아예 금주하기보다 적당히 마시라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녀님들이 왜 유방암에 잘 걸릴까요? 여성으로 태어나 엄마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인데, 평생 아이를 안 낳고 독신으로 살다 보니 그런거지요. 그렇다고 아이를 너무 많이 낳으면 또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뭐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중용을 지켜야 하는 이유예요.”

정기 건강검진도 주효한 유방암의 예방법!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은 가슴에 혹이 만져진 후 병원을 찾는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인 그의 목표는 혹이 만져지기 전에 유방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로 유방암을 조기 검진하는 데 있다. 무증상일 때 발견한 유방암의 완치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20대라도 2년에 한 번씩은 꼭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해요. 특히 가족력이 있는 40대 이상 여성이라면 1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받을것을 권유합니다.”

한편 대학병원 외과 의사인 그 또한 나름대로 건강을 잘 관리하고 있다. 바쁜 의사 생활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한다는 양정현 교수. 특히 나이가 든 후 근력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술도 모임이 있을 땐 피하기 어려우므로 폭음만은 피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를 제일 중요시한다는 그와 가족들은 다행히 모두 큰 질병 없이 건강하다고 기뻐했다.
 

양정현 교수는…
‘유방암 명의’ 양정현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외과에 서 수련 후 미국 로즈웰파크 기념병원, 스웨덴 카롤린스카 단더레드 병원에서 유방암 연수 과정을 거쳤다. 국립의료원 외과 전문의를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 유방 내분비외과 과장·무혈 수술 센터장·암센터장·진료부원장, 건국대 의무부총장, 건국대병원 의료원장 역임 후 현재 건국대 병원 유방암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고희를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수술을 집도하는 흔치 않은 외과 의사로서 많은 후배 의사들의 존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가장 최근작 <나, 유방암이래>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저술 활동에도 열심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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