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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의혹’ 김의겸 사의 표명 “‘결정장애’에 아내가 질려”…여야 논평보니
‘투기의혹’ 김의겸 사의 표명 “‘결정장애’에 아내가 질려”…여야 논평보니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03.2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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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구에 25억원짜리 상가를 매입해 투기 의혹 논란에 휩싸인지 하루 만이다.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박시환)가 지난 28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9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작년 7월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소재 복합건물(주택+상가)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투기 의혹이 일었고 이에 논란이 일자 김 대변인은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모두 반박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우려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 대변인은 29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 사의를 표명한 이후 여야는 곧바로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김 대변인의 사의표명과 관련, 기자들에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다소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 매매과정이 있었다"며며 "당에서도 여러가지 지적이 많이 있었고,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우려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퇴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또 있는 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친(親)서민 코스프레에 편향된 시각으로 과거 정권에 대해 비판만 하던 현직 기자 출신 김의겸이 청와대에 들어온 지 고작 5개월 만에 한 짓이 26억짜리 재개발 부동산 투기"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김의겸 대변인의 '올인 투기'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떠나면서도 가정탓, 아내탓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치졸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청와대 인사 능력을 감싸며 대변하던 김의겸 대변인이 개인의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했다"며 "김 대변인은 명예를 버리고 돈을 좇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김의겸 대변인 사퇴는 당연하다"며 "이를 계기로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근절 정책을 더욱 강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의겸 대변인의 입장 전문.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겁니다.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릅니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납니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제 문제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습니다.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또한 다 제 탓입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겁니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까칠한 대변인 드림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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