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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프레디 머큐리가 내 사진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프레디 머큐리가 내 사진을?'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4.03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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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2018)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2018)

 

같은 풍경이라도 날씨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각기 다르다.

위 사진은 안개가 짙은 날 강화도 광성보 진입로를 찍은 풍경인데 안개가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사진이 되었을 것이다.

풍경사진 작가는 어떤 곳에 있더라도 만약 이곳이 다른 날씨라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평생 우직하게 한국의 소나무만 찍어오다 영국의 가수 엘튼 존이 그의 사진을 소장하는 바람에 일약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배병우 작가가 전국의 소나무를 찾아 안가본 데가 없지만 유독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찍은 사진이 많다.

경주 남산은 수 천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는데 특히 봄 철이면 전국에서 찾아온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로 북적인다.

언젠가 강화도를 갈 일이 있어 강화도 동쪽에 위치한 광성보를 들렀다.

광성보 에서 바라본 바다는 수로 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험하고 소용돌이가 잦은데 뱃사공 손돌의 이야기가 적힌 팻말이 있었다.

고려시대의 한 왕이 피난을 위해 손돌이라는 뱃사공에 의지하여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물살이 위태롭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왕이 손돌을 의심하여 참수하였는데 손돌은 죽음에 직면하면서도 바가지를 물에 띄우고 그것을 따라가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고 하였고 손돌의 말대로 하여 안전하게 이곳을 지난 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손돌의 넋을 위로하며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팻말을 읽고 다시 매표소 쪽으로 오는데 진입로 양쪽으로 키가 크고 맵시가 좋은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문득 강화도는 안개가 잦으니 언제 안개가 낀 날 와서 이 소나무들을 찍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그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출근을 하려고 새벽에 집을 나섰던 어느 날 정말 한 치앞이 안보일 정도의 안개가 끼어 있었다.

그 순간 광성보의 소나무가 머리를 스쳤고 비상 깜빡이를 켠 채로 강화도를 향해 달렸다.

강화에 도착하니 안개는 더할 나위없이 짙었지만 회사에 보관하고 있던 주력 카메라를 미처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늘 차에 두고 다니는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사진을 얻은듯 하여 보람이 있었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2018)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2018)

 

위 사진은 그 날 찍었던 사진 중의 한 장이다.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하니 더 운치있는 사진이 되었다.

엘튼존도 좋지만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서 만약 내 소나무 사진을 소장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아침이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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