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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정치의 거센 열풍 집중조명... 진보 vs 보수의 새로운 전쟁
유튜브 정치의 거센 열풍 집중조명... 진보 vs 보수의 새로운 전쟁
  • 오수연
  • 승인 2019.04.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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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알릴레오’ vs 홍준표 ‘TV홍카콜라’
유시민 ‘알릴레오’ vs 홍준표 ‘TV홍카콜라’... 정치권에 유튜브 바람이 거세다.
유시민 ‘알릴레오’ vs 홍준표 ‘TV홍카콜라’... 정치권에 유튜브 바람이 거세다.

정치권에 유튜브 바람이 거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어 뛰어난 유권자 접근성을 바탕으로 유튜브가 정치인들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야 정당은 물론 의원 개인들도 저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활을 걸고 홍보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선동정치가 범람하고 정치적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 홍준표의 ‘홍카콜라’가 단기간 대히트를 기록하고 이어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40여만 명의 구독자를 단숨에 확보하면서 유튜브 정치의 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유튜브 정치의 거센 열풍을 짚어 보았다.(Queen 3월호)

문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파편처럼 흩어진 사실을 엮고,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의 추측과 주장이 여과 없이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명한 정치인들마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공중파나 종편 TV에서 하지 못했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발언들이 난무하면서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회의원 3명 중 1명 유튜브 채널 개설

2020년 총선과 맞물려 현역 국회의원들도 속속 ‘유튜브 정치’에 합류하고 있다. 1월말 현재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104명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채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와 관련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제작 자문을 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 현역 의원 공천심사에서 유튜브 활동 실적을 국민소통 수행실적으로 반영키로 결정할 정도로 유튜브 정치는 현실이 됐다.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한 유튜브

전 세계적으로도 유튜브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10억 명의 사용자가 1분마다 400시간 이상의 새 동영상을 업로드 한다. 매일 전 세계인 전체가 10억 시간 이상을 소비한다는 통계도 있다. 유튜브 국내 이용자 수는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섰다. 1인당 월 평균 16시간 넘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을 이끄는 미디어 플랫폼은 바야흐로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 중이다.

유튜브는 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콘텐츠, 즉 개인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이다. 유튜브는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의 합성어로,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채드 헐리, 스티브 천, 자베드 카림 등 세 청년이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나눠주기 위해 만든 작은 회사였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라는 동영상 사이트 회사를 16억5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리 누리꾼들은 의아해했다. 동영상 사이트가 뭐라고 조 단위 거액을 주고 산단 말인가. 그로부터 12년 후인 2018년 5월, 모건스탠리는 유튜브의 기업 가치를 1600억 달러(약 180조원)로 추산했다. 구글의 투자엔 이유가 있었고, 우리 업계는 동영상의 힘을 간과했지만 현재 기존 미디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한정된 시간을 유튜브 콘텐츠가 잠식하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 업계 전체가 공멸 위기를 느낄 정도다.

보수·진보의 대결로 확산… 유튜브 거센 열풍

이런 유튜브의 특성이 한국 정치권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의 보도가 친박 보수 성향 노년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노년층 시청자들이 유튜브 개인방송을 대안으로 찾았다. 보수 세력의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보수정치권이 유튜브에 진입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진보 진영이 본격적으로 유튜브 전쟁에 가세했다. 새해 벽두부터 유튜브는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2019년 올해 유튜브의 정치적 영향력은 2020년 총선과 맞물려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수진영에서 촉발된 유튜브 열풍이 삽시간에 태풍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유튜브는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플랫폼이 됐다. 대중이 먼저 유튜브에 서식하면서 여론 형성 기능이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했고, 여기에 정치인이 대응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튜브 진원지는 자유한국당의 ‘오른소리’

정치 유튜브 바람에 불을 댕긴 것은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다. 다른 정당보다 먼저 유튜브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덕분에 콘텐츠도 풍부하다.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누리TV’로 처음 개설된 ‘오른소리’는 구독자가 1월 말 현재 4만3천여 명이고, 동영상 평균 조회 수가 3천∼4천회를 넘는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렬루뉴스’와 ‘문재앙 119’, 현안을 관련 상임위 의원이 쉽게 설명해주는 ‘지식충전소-아는 것이 힘이다!’, 지도부의 현장 행보를 전달하는 ‘현장 톡 talk!’ 등이 ‘오른소리’가 내세운 킬러콘텐츠다.

‘오른소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현장의 고충을 전달하겠다며 각 지역 당원협의회에서 휴대전화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찍어 올리는 ‘생생한 목소리’ 코너를 최근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당 안일호 방송팀장은 “진보진영이 팟캐스트와 트위터를 점령한 상태에서 보수를 돋보일 대안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낙점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청자가 원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여권 ‘씀’으로 반격 시작…유시민 등판으로 거센 추격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격도 거세다. 지난해 11월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의 개국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현재 ‘씀’의 구독자 수는 경쟁 채널인 ‘오른소리’보다 적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권 전체가 ‘유튜브 홍보’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유튜브가 홍보방법으로 중요하게 떠오른 만큼 아이디어를 잘 세워 달라”고 당부할 만큼 관심이 많다.

민주당 역시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씀’ 개국 당시 복면 래퍼 ‘마미손’을 패러디해 최재성 의원이 분홍색 복면을 쓰고 랩 하는 영상으로 눈길을 끈 데 이어 최문순 강원지사가 눈을 가리고 한우 부위를 감별하는 영상, 강병원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의 토크쇼 ‘콜라보단 사이다 우리 이런 싸이다’ 영상, 법안 설명 코너인 ‘맞춤법’ 등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방송인 강성범씨와의 대담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발휘하는 영상도 업로드 한다. 민주당 권칠승 홍보소통위원장은 “유튜브가 대세인 만큼 소통 강화를 위해 콘텐츠와 출연진 두 분야를 모두 강화할 계획”이라며 “의원들에게 유튜브 콘텐츠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대표 여성의원인 권은희·김수민 의원이 진행하는 ‘비포장 토크쇼, 언니가 간다’를 지난 9일 시작하며 유튜브 홍보에 시동을 걸었다.

2020년 총선 맞물려 국회의원 유튜브 개설 붐
2020년 총선 맞물려 국회의원 유튜브 개설 붐

 

2020년 총선 맞물려 국회의원 유튜브 개설 붐

정당을 떠나 개별 의원들의 유튜브 방송도 활발하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이언주TV’가 1월 말 현재 7만6천여 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박용진TV’(5만4천여명), 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자유의 힘’(5만3천여명), 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손혜원’(2만8천여명), 바른미래 하태경 의원의 ‘하태경TV’(9천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이언주·전희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보수층에서 ‘사이다 자매’라는 평까지 들으며 ‘유튜브 스타’로 올라섰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공천심사에 ‘유튜브 활동’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의원들의 개인 유튜브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새로운 무기, 유튜브

그동안 유튜브 정치 시장은 보수진영의 독주 체제였다. 1월 현재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만 봐도 펜앤드마이크 정규제TV 34만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31만명, TV홍카콜라 21만명, 고성국 TV 19만명, 조갑제 TV 18만명, 김문수 TV 15만명 등이었다.

보수 진영 유튜브 미디어들의 급성장 이면에는 언론이 진실을 감추고 조작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상파와 일부 종편이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들에게 점령당했고, 그 때문에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는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50, 60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유튜브를 찾고 있고, 끊임없이 관련 영상 채널들을 오가며 시청 시간을 늘려 가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78% 급증했다. 50대(79억분)는 10대(86억분) 다음으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세대로 조사됐다.

진보진영 교두보… 알릴레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다. 유 이사장의 등판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인 문재인정부의 고민과 무관치 않다. ‘어용지식인’을 선언한 그는 보수진영의 유튜브 공세를 자신의 ‘콘텐츠’로 덮어버리는 공세적 대응을 택한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등판 이유를 설명했다.

알릴레오는 첫 방송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43만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면서 유튜브 전쟁에서 진보의 교두보가 됐다. 유 이사장도 첫 방송에서 “항간엔 보수 유튜브 방송과 우리 ‘알릴레오’가 경쟁하는 것처럼 보도한다. 저희는 사실의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추론하겠다”고 말했다.

유시민 알릴레오 vs 홍준표 홍카콜라… 보수 vs 진보의 대결

유시민의 알릴레오 vs 홍준표 홍카콜라... 보수 vs 진보의 대결
유시민의 알릴레오 vs 홍준표 홍카콜라... 보수 vs 진보의 대결

 

유시민의 유튜브 채널이 흥행하자 언론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진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와 대비시키며 진보와 보수의 유튜브 대결 프레임을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18일 ‘TV 홍카콜라’로 유튜브 시장에 먼저 뛰어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알릴레오’가 첫 방송 된 5일 페이스북에 “북한 조선중앙TV 같은 좌파 유튜버는 한 달 내로 소재가 고갈될 겁니다. 국정 홍보방송은 원래 그렇습니다”라며 “구독자 수야 좌파들은 잘 뭉치니까 단숨에 올라가겠지만, 접속시간, 접속자 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1대 100의 싸움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며 공세를 취했다.

유 이사장의 ‘유튜브 돌풍’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박상병 교수는 “‘TV홍카콜라’나 ‘알릴레오’ 모두 초반에 대중이 신기해서 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인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알릴레오’는 단순히 유튜브 방송이 아니다.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는 1기 노무현 전 대통령, 2기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노사모’의 3기 대선 캠프로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에 이어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유튜브 방송 ‘고칠레오’도 추가로 공개했다.

선동 정치의 범람… 유튜브 정치 부작용 속출

유튜브는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한다기보다는 기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론과 논쟁의 마당이 아닌, ‘자기정치를 통한 정치적 편향성’에 매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의 플랫폼 특성 상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가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유튜브 채널 댓글 중 상당수가 일반 포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반응과 달리 90% 이상이 ‘충성도’ 높은 구독자라는 관측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은 자유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심화시키거나 반대세력에 대한 집단 이기주의 표출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선을 끌고, 비판을 위한 비판인 ‘흑색선전’이 난무해 소통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정치판을 도리어 진흙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교수는 “유튜브 상 정치인들 활동은 너무 자극적이고 가짜뉴스가 난무하며 사회 분열만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자기 피알(PR)을 넘어 구독자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사회적 분열 양상이 조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유튜브로 흥한 사람은 유튜브로 망할 수 있다”며 “전파력도 빠르고 실시간, 쌍방향인 유튜브에서 오버를 하게 되면 기록으로 남으며 결국 본인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유튜브 시장, 정치 시사 콘텐츠 36%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인기영상 중 정치ㆍ시사분야 콘텐츠 비중이 최대 36%에 달했다. 유튜브 인기 영상 3분의 1이 뉴스를 다루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유튜브가 뉴스 미디어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젊은 세대도 유튜브를 통해 뉴스와 정보를 얻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유튜브’는 10, 20대를 대상으로 시사 이슈를 설명하고 해설하는 콘텐츠로 단기간에 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탈이나 가면을 쓰고 익명성에 기대 시사 이슈를 설명하는 채널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Queen 오수연(자유기고가)]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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