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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5.0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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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백담사 문전성시, 하루 수천명에 전두환 포교사 설법

백담사가 문전성시다. 현대판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전두환 전대통령 부부를 만나기 위한 인파다. '속에서 천불이 나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던 그도 지금은 '인욕과 관용을 설법하는 명포교사'가 되었다. 하루 수천명을 상대로 법문을 하고 있는 그의 가슴속 천불은 정말 꺼졌을까? 아니면 언젠가 한번 타오르기 위해 안으로 이글거리고 있을까? 영하의 날씨에도 하루 수 천명이 모여든 백담사 법회를 탐색해 보았다.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1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1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2
1990년 12월호 -백담사 잠입 르뽀2

인산인해의 유배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속한 백담사는 산악인들이나 알던 첩첩산중에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누가 봐도 유배지다.

88년11월23일. 국민을 향해 풀죽은 전 · 이 부부가 이곳에 강제 은둔한 지 만2년. 그동안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긴 했어도 그럴수록 설악산을 넘는 등산인마저 통제하는 바람에 적막강산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고독한 유배지가 아니다. 하루 수 천명씩 찾아와 인산(人山)을 이루는 바람에 절에서는 화장실 걱정을 할 지경이다.

지난9월부터 개방한 백담사는 한창일 때는 최고 5천명, 하루 평균 3천명이 이곳을 찾았다. 물론 개방이라야 8㎞ 아래 주차장 검문소에다 주소 · 성별 · 주민등록번호 · 전화연락처까지 기입한 신고서를 제출한 후 허용되지만···.

내방객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자 절에서는 25인승 미니 버스 18대를 구입, 1회에 300명씩 교통정리를 해가며 입장시킨다. 그것이 몇달 계속되다보니 자연히 기계화되어 진행이 순조로울 때는 하루 10회씩 법회를 갖게도 되었다.

내방객들은 백담사를 주목적으로 온 김에 설악산 관광을 부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80%, 설악산 관광온 김에 '기왕이면 전 전대통령 설법도 한번···'이 20%쯤 된다. 지금까지 백담사를 다녀간 내방객을 약 40만명으로 추산, 경남·북 일대 50대 전후의 불교 여신도가 주종을 이루고 노인회 · 불교청년회 그리고 일반 관광객도 있다.

기자가 참석한 법회에는 9개 단체중 경남북 단체가 다섯, 서울 · 충남 · 강원 단체가 각각 하나, 기타등이 모여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내방객은 2천여명으로 줄었으나 내년 봄부터는 더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이곳 주민들은 예상한다.

 

유명해진 법력

백담사 입구 용대리 주민들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 지역 사람들 치고는 뜻밖에 덤덤한 표정들이다. '관광버스로 왔다가 지나쳐 버리니까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루 수천명이 거쳐가다 보면 단체손님도 있기 마련이어서 아무래도 장사에 도움이 안될까마는 한때는 이들 부부의 백담사 거주 바대시위까지 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들과는 무관하다는 대꾸다.

그래도 전 전대통령의 설법이 하도 유명해 용대리 주민들은 대부분 한번씩은 백담사를 다녀왔다. 방에 십자가를 걸어놓은 백담사 입구 한 식당주인(38)은 "전 전대통령이 말을 구수하게 잘 하더라는 것"과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는 말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 전대통령과 악수해 봤다"는 용대리 주민 오모씨(32)는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수고하십니다'하길래 얼떨결에 '예'하고 쳐다본 전 전대통령의 인상을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더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젊은 여성들은 이순자씨의 외모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노는 날 들어가 봤다는 한 다방 종업원은 "이순자싸가 살이 통통하게 쪄 TV에서 보던 뽀족한 턱이 없어지고 굉장히 미인이더라"며 "영리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관상 평까지 했다.

반면에 5백 여m쯤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주차장의 간이상가 주민들은 하결같이 전 · 이 부부의 열성 신도들이다. 입구에서 간이음식점을 하고 있는 50대 아주머니는 며칠전 인제호 버스추락사고를 말하면서 "TV마다 백담사 갔다오다 그리 되었다고 난립니다만 버스사고와 백담사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그 다음날은 더많은 사람이 몰려왔습니다"라며 행여 그 사고가 백담사 인파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백담사 신도라는 한 민박집 아주머니는 전 · 이 부부로 인한 백담사의 문전성시를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백담사 주지 도후(度吼)스님의 '후자(吼字)'가 '부처님'의 한번 설법에 뭇 악마가 굴복한다는 뜻의 사자후에서 따온 글자라며 "이 나라에 불법이 전파된 이래 이런 기적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흥분, 전 전대통령을 부처님이 점지한 대법사라고 칭송한다. 그도 그럴 것이 끼니조차 어렵던 이 작은 암자에서 원통 우체국에 매주 2회 예금하는 돈이 3~5천만원(한주민의 귀띔)이라니 이는 순전히 전두환 거사가 벌어 들이는 돈이고 보면 그런 말을 할 법도 하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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