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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5.05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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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국악인 부부 김일구 & 김영자

"심청이 · 춘향이 · 황진이랑 살아 본 남자, 나 말고 세상 천지에 또 누가 있겠소?"

남편이 부르면 아내는 따른다. 부창부수(夫唱婦隨). 10년 남짓 소리로 화답하는 삶을 살아온 국악인 김일구(49세) · 김영자씨(40세) 부부. 지난 가을엔 창극 '아리랑'에 부부로 출연, 함께 소련 순회 공연까지 다녀온 이들 명창 부부가 사는 '소리의 집'을 찾아가 보았더니···.

노총각 김일구, '심청'에게 아쟁으로 프로포즈하다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1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1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2
1990년 12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국악인 부부 김일구&김영자2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부드러운 현악기 소리가 우리를 마중나왔다. 마치 '여기가 국악인 김일구 · 김영자씨 부부가 사는 집입니다'-길 안내라도 하려는 듯이.

'첼로 소리 비슷한 이 소리는 어떤 악기가 내는 소리일까?' -궁금해 하며, 화살표를 따라가듯 그 마중나온 현악기 소리를 따라가 보니 2층 짜리 아담한 개인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현악기 소리는 그 집 2층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벨을 눌렀더니 역시 맞았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김영자씨의 모습이 2층 계단 끝에 나타났다. 악기 소리는 어느새 뚝 멎어 있었다.

"우리집 찾기 그리 어렵진 않죠?"

그래, 쉬웠다. 장님이라도 손쉽게 찾아올 수 있을 만큼. 악기 소리가 지금처럼 길 안내만 해준다면···.

무릎 위에 거문고(?)처럼 생긴 악기를 올려 놓고 타고 있던 김일구씨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바로 저거였구나, 첼로 비슷한 소리를 내던 악기는···.

"이거요? '아쟁'이란 겁니다. 서양 악기로 말하면 첼로랑 비슷한데, 음이 톡톡 끊기지 않고 숨이 좀 길지요"

79년 전주 대사습 대회에서 아쟁 연주로 기악부 장원을 차지한 김일구씨. 그에게 있어 아쟁은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김영자씨를 아내로 맞아들인 것도 어쩌면 아쟁이 중매쟁이(?)역할을 해주었기 때문. 70년대 '끼' 많은 청년들이 공원에서 통기타를 치며 처녀들을 꼬셨듯이 그는 아쟁으로 김영자씨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76년 제가 국립 창극단 단원으로 심청이 역을 맡아 지방 공연을 할 때였어요. 저 양반은 그때 아쟁 반주자였는데 한참 소리를 하다 보니 아쟁 소리가 귀에 거슬렸어요. 화가 나서 인상을 찡그렸는데도 저 양반은 오히려 빙그레 웃는 거에요. 공연이 끝나고 따졌죠. 왜 엉터리로 연주하느냐고···"

그러나 김일구씨 역시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처음 아내를 보았을 때, 저 목소리면 판소리로 대성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연기도 참 잘하고 얼굴도 예쁘장한 게 어쩐지 마음이 끌리더군요. 그래서 공연중이라도 음이 틀리다 싶으면 일부러 아쟁을 긁어 심술을 좀 부렸지요. 말하자면 아쟁으로 프로포즈한 거랄까요?"(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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