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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5.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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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을 맞아 어린이후원 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을 만나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훈 회장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역할도 경제적으로 가난한 아동을 돕는 것에서 정서적으로 빈곤한 아이들의 올바른 양육환경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적으로 저출산이 심각한 요즘, 사회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제훈 회장은 언어 장벽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이어령 선생이 아이디어를 낸 비비비 운동에 참여한 적 있다. 비비비는 월드컵을 맞아 외국에서 올 손님을 위해 핸드폰으로 동시통역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원봉사자의 삶을 걷게 된 계기다.

당시 비영리 사단법인 비비비코리아의 회장을 도맡은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봉사를 통해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부회장으로 사회발전에 임했다. 2010년 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그가 9년 동안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처참했던 아이들의 삶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직은 이 회장이 어린이 문제를 보다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좋은 기회였다.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 가난하고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원해주는 일을 쭉 해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제로 그가 맞닥뜨린 어린이 삶의 현실은 상당히 지난했을 터다.

“그럼요. 이루 말도 못하지요. 비닐하우스, 쪽방촌, 판자촌, 옥탑방에 사는 아이 등 아직도 주거 빈곤 아동이 90만명 가까이 됩니다. 전체 아동 중 9.7%에 해당하지요. 얼마나 비참하게 살고 있는지 몰라요. 김포에 강아지랑 거의 같이 살다시피 생활하는 아이를 만나러 간 적이 있는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정말 요즘도 저렇게 사는 아이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쓰레기에 쌓여 있는 애도 있었고요.”

그러나 근래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마음에 있었다는 이제훈 회장. 특히 그는 저출산, 인성이 결여된 아이들 등 모든 이슈가 맞물려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경제적 빈곤 아동을 돕는 일에서 정신적 빈곤 아동을 치유하는 일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지금 아이들에겐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큰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어요.”
창의력은 또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지 않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저출산, 아이 행복도

저출산으로 인해 외동이 되어, 또 맞벌이 부모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겐 사회성이나 배려심,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쉬는 시간 없이 아침부터 학교, 학원을 순회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남과 비교당하며 상처받는 아이들. 극단적으로는 사회적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도 있다.
“앞으로 이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요.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수 없지요. 지금 아이들을 잘 키워야 미래 희망이 있으니까요.”

OECD 국가 중 아이들의 행복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낮다고 한다. 반면 자살률은 하늘을 찌른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 4명 중 1명은 가출하고 싶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이는 또 저출산과 맥을 같이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제훈 회장이 꿈꾸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이제훈 회장이 꿈꾸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젊은 부부들에게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물어봤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힘들대요. 길러봤자 득이 될 것도 없고요. 만약 자신이 나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분명히 생각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돼요.”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한테 조사해봐야지요. ‘너희들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었을 때 ‘네, 행복해요’라는 답이 나와야만 합니다.”

이스라엘의 자녀교육법을 벤치마킹하라

아이들의 행복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먼저 이제훈 회장은 이스라엘의 자녀교육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가족적인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오면 ‘오늘 무엇을 배웠니?’보다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를 체크한데요.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법이지요. 가족들이 식사할 때도 수없이 다양한 대화가 오간답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역시 몇 년 전부터 밥상머리 교육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인성교육의 일환이다. 재단의 감사편지 캠페인도 눈에 띈다. 감사편지 캠페인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이를 표현하도록 이끄는 운동이다. 선생님뿐 아니라 엄마, 아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인성도 함양될 것이라고 그는 강하게 믿고 있다.
“서로에 대한 감사함이 오가면 인간관계도 좋아지는 법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바꾸는 세상

이 회장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존중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지닌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트레스 없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 또한 그는 어른들끼리만 고민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저희가 전국 9곳에 아동보호센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아이들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너희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원하니?’,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것 같아?’ 이후 아이들의 다양한 대답들을 모아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에게 보냅니다. 이를 자신의 공약에 반영시킬지 말지는 후보자들의 선택에 달렸지요.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아이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게 또 ‘미래 투표 캠페인’이랍니다.”

이를 통해 실제 아이들의 생각이 법과 제도로 만들어진 선례도 수두룩하다. 아이들이 등하교 때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학교 근처에 옐로 카펫이 깔렸으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학교 인근 흡연자에게는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서울시와 협력해 만든 아이들의 스트레스 프리존이라는 곳도 있다.
“그곳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요. 서울시에서 자금을 대줬는데요. 앞으로 차츰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퀸 여성 독자들에게

그러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부모의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여성의 힘은 아주 위대하다는 이 회장. 과거 남자가 세상을 움직일 때도 그 남자를 주무른 것은 여자였다는데….
“결국 어머니의 참된 사랑만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어요.”

이에 그는 퀸 여성 독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일단 절대로 자녀를 과잉보호해서는 안 돼요. 오히려 아이를 그릇된 길로 가게 합니다. 그보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해요. 공부만이 길이 아니므로 아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키워주세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게 외동보다는 여러 형제를 만들어주면 너무나 좋겠지요. 아이들의 행복의 원천은 집, 가정, 부모 아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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