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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모질게도 걸어온 인생, 그 곁을 지켜준 아내…“고마워요 은란씨”
‘인간극장’ 모질게도 걸어온 인생, 그 곁을 지켜준 아내…“고마워요 은란씨”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5.10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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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고마워요 은란 씨’ 5부작 마지막 회가 방송된다.

‘인간극장-고마워요 은란 씨’편은 충남 서산 팔봉산 자락에 40년 세월을 함께한 안동훈(69), 남은란(64) 씨 농부 부부의 사연을 그린다. 18년 전 갑자기 쓰러진 남편, 농사라고는 전혀 몰랐지만 엄마이자 아내로서 집안을 책임져야 했던 아내. 결혼 40주년을 맞이한 부부와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눈썹 미남과 미녀, 첫눈에 반한 사랑

40여 년 전, 팔남매의 장남은 중매로 스물셋 은란 씨를 만났다. 미모에 반한 청년 농부와 눈썹에 반했다는 아가씨. 두 달 만에 결혼을 했고 삼 남매를 낳았다. 엄한 시부모님 밑에서 2-30명분의 끼니를 지어야 했던 시절, 고단했지만 늘 내 편이 돼주는 듬직한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앞에선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았다는 동훈 씨, 그마저도 ‘불효’라고 철썩같이 믿는 효자 중의 효자였다. 그래서 사는 동안, 아내에게 늘 미안해했다는 남편. 그 남편이 18년 전, 갑자기 쓰러졌다.

# 하늘 같은 남편이 쓰러지고, 농부가 된 아내 

한창 생강을 수확할 때였다. 갑자기 쓰러진 남편은 두 번의 뇌수술 끝에 가까스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다행히 깨어나고 서울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곁을 지킨 건, 아내 은란 씨였다.

살면서 남편에게 받은 사랑을 갚을 때라고,,, 은란 씨는 극진히 남편을 간호했다. 반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고마운 이웃들은 주인 잃은 밭에서 생강을 대신 수확해줬다. 농사를 잘 몰랐던 은란 씨에게 언제 무엇을 심어야 할지 가르쳐 준 고마운 이웃들... 그리고 소매 걷고 달려와 준 친동생부터 고마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 시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일이 하필 왜 내게 일어났을까... 어쩌지 못한 서러움이 밀려올 때면, 동훈 씬 집에서 혼자 울었다. 아내가 도망갈까 무서워 ‘나를 버리지 말라’고 매달린 적도 있었다. 그런 남편 생각에 아내는 또 밖에서 몰래 울어야 했다. 하지만 동훈 씨는 다시 일어섰다.

고생하는 아내, 착한 삼 남매, 고마운 사람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매일 마을길을 걸었고, 그는 5년 만에 다시 트랙터에 오를 수 있었다. 빨간 트랙터로 밭도 갈고, 외출도 하는 동훈 씨. 입버릇처럼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며 하루하루가 평안하다.

# 의 좋은 삼 남매,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쓰러졌을 때부터 삼남매는 틈만 나면 집에 와서 농사를 도왔다. 휴가를 내면서 농사를 돕던 장남 신혁(42) 씨는 작년에 아예 귀농했고, 둘째 미란 (40)씨는 주말마다 가족을 이끌고 내려와 농사를 돕고, 막냇동생과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결혼 3년째인 막내 미나(38) 씨는 귀농을 준비하며 주말부부를 자처, 평일엔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주말이면 북적이는 집, 1년 농사를 함께 준비한다. 처음 농사를 지어봤다는 맏사위는 이제 경운기도 척척, 일명 ‘감자 심는 기계’란 별명까지 얻었다. 어찌 이리도 하나같이 선한 짝들을 만났는지, 동훈 씨와 은란 씨는 자식들을 볼 때마다 그저 감사하다.

1년 차 초보 농부 신혁 씨, 농사가 좋아 귀농한 건 아니었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의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마음 하나였다.  평생 고생한 엄마와 함께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는데, 엄마가 행복해하는 일을 찾아준 효자 아들이다.

집에 올 때면 예쁜 꽃꽂이를 하는 둘째 딸과 막내, 그리고 며느리가 합심해 만드는  수제 강정은 장터에 나갈 때마다 완판 행진! 착하고 기특한 삼 남매가 집으로 돌아왔다! 

#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  '고마워요 인생이여'

“난 지금이 제일 좋아요. 오늘이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해요” 다시 봄 농사가 시작됐다. 올해의 첫 작물은 생강과 감자.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곱씹으며 부지런히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 은란 씨.

남편이 트랙터를 몰아 밭을 갈아주면 아내와 아들, 사위들까지 나서서 생강을 심는다. 정신없이 농사일을 마치고 꿀 같은 저녁 시간. 마당에는 고기 파티가 열린다. 인생의 시련 앞에서 막막했지만, 기어코 다시 일어선 동훈 씨.  집안 청소는 기본, 딸내미, 안식구 세차도 직접 해주고, 손자들 마음껏 놀라고, 마당의 풀도 한 손으로 뽑아주는 정다운 할아버지다.

더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동훈 씨... 다시 가장으로, 농부의 모습을 회복했다.  밭에서 일하다 보면 산책하는 남편, 트랙터를 모는 모습은 멋지고 대견하다.  이제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는 은란 씨. 그러니 숨이 차도록 삽질을 하고, 흙투성이가 돼도 웃음이 난다.

오늘 ‘인간극장-고마워요 은란 씨’ 5부작 마지막회는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까.

혹독했던 인생의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왔다. 오늘은 부부가 함께 동반 여행을 가는 날이다. ‘힘든 세월 함께해준 당신에게 고마워’ 동훈 씨는 아내의 차를 세차해주고 동백꽃 선물을 건넨다. 반가운 친구들과 함께 벚꽃길을 거닐며 부부는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한창 바빠진 농사일에 주말이면 아들, 딸, 사위 할 것 없이 밭으로 모여 일을 돕는다. 일을 마치고서 얻은 꿀같은 저녁. 온 가족이 마당에 둘러앉아 고기파티를 열고 함께 쌈을 먹여주며 가족의 밤을 보낸다.

노을지는 거리로, 오늘도 동훈 씨는 산책을 나선다. 모질게도 걸어온 인생, 그 곁으로 은란 씨가 함께 걷는다. 함께 노을길을 걸으며 미소짓는 부부.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함께이기에 인생은 아름답다. "고마워요 은란 씨!"

이번주 ‘인간극장-고마워요 은란 씨’ 편은 연출 임원순, 촬영 이용택, 글 김은희, 취재작가 이은교·장수진이 맡았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고마워요 은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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