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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엔딩 씬'
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엔딩 씬'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5.13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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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포토에세이(인스타그램 : photoly7)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지난 주말 집에서도 가깝고 찍을거리도 많은 강화도에 출사를 갔다.

어느 새 산과 들판은 초록으로 변했고 계절은 봄을 훌쩍 지나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내가 흠모하는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펜티 사말라티의 사진을 보면 거의 겨울에 찍은것이 대부분 이다.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보다 앙상한 가지의 겨울 나무가 더 포토제닉하고 풀이 덮인 들판보다 눈이 쌓이거나 황량함을 드러낸 들판이 더 좋은 작품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지난 겨울에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던 시골 마을을 다시 가보니 별로 건질 사진이 없어 바다를 찾아 가는데 도로 옆의 어느 농가에 한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모습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아버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고 사진을 찍었다.

연세가 여든은 넘으신듯 했던 그 어르신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평생을 일구어온 들판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영화의 말미에 지난날을 돌아보는 엔딩씬 같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 오십 인생도 살아오기가 쉽지 않았는데 내가 그 어르신 처럼 팔순이 되려면 앞으로 삼십 년을 더 살아야 되는데 이 고난한 인생길을 삼십 년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한 평생 땅을 일구며 가정을 건사하고 자식들을 키워낸 이 땅의 어르신들이 우러러 보였다.

내가 팔십이 되어 지난날을 돌아볼 때 내 기억의 창고에는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쌓여 있을까.

제발 그 단어가 '후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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