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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경비원 '무차별 폭행·살해' 40대에 징역 18년형 ... '미필적 고의' 인정
70대 경비원 '무차별 폭행·살해' 40대에 징역 18년형 ... '미필적 고의' 인정
  • 김원근 기자
  • 승인 2019.05.1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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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5일 70대 아파트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46)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29일 오전 1시46분쯤 술을 마신 뒤 자신이 거주하던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로 찾아가 근무 중이던 경비원 A씨(당시 71)의 얼굴과 머리를 10여차례 발로 걷어 차 뇌사에 빠뜨린 뒤 끝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A씨는 가까스로 경찰에 신고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생명권을 침해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무거운 형벌이 불가피하다"며 최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최씨 측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응급치료 및 병원후송 구호조치가 늦었던 것 때문이라며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타인이 사망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와 피고인의 체격 차이와 여러 범행 정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으리라 예견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구호조치가 지연된 정황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신고나 구호조치 없이 범행현장을 떠났다"며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 측은 만취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상실을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술에 취했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서도 "범행 정황을 살펴볼 때 인사불성에 이르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식당에서 분풀이가 어려워지자 귀가하던 중 반감을 가졌던 피해자가 경비실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범행에 이른듯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자숙,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애초부터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층간소음과 형사처분으로 불만이 누적되던 차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순간 격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은 정상참작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존엄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죄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도중 형언할 수 없는 공포심과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으며, 사회적 약자인 고령의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Queen 김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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