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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kt-키움 프로야구 시구 나선 지병수 할아버지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kt-키움 프로야구 시구 나선 지병수 할아버지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5.17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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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7일) 오전 KBS1TV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5부작 마지막 편이 방송된다.

이번주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편의 주인공은 두 달 전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불러 단숨에 스타가 된 ‘할담비’ 지병수씨다.

77세 나이에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지병수 씨 두 달 전 ‘전국노래자랑’에서 선보인 ‘미쳤어’ 무대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00만회를 기록했고 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1위에 등극했었다. 하지만 그는 독신이자 기초수급 생활자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만나본다.

# 신인 '할담비'의 탄생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 버렸어~” 올해 나이 77세, 동네 할아버지였던 지병수 씨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두 달 전 전국노래자랑에서 선보인 ‘미쳤어’ 무대가 SNS에서 유명해지더니 유튜브 조회 수 200만회를 기록,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한 것이다.

평생 배필도 없이 혼자 살아온 독신이자 기초 생활 수급자인 병수 씨. 수급비 52만원으로 알뜰하게 살림하고, 노인복지관 다니는 재미로 지냈더란다. 크게 아픈 곳 없이 이 나이 먹고도 춤출 수 있다는 것만도 복이라고 여겼는데, 그보다 더 큰 복이 넝쿨째 굴러올 줄 누가 알았을까. 조용했던 병수 씨의 핸드폰은 요즘 제대로 불 난 상태다. 방송국에서는 밤낮없이 섭외전화를 걸어오고, 신문사에서는 인터뷰를 요청해온다. 남녀노소 불문, 심지어 외국인한테서까지 사진 부탁을 받기는 기본. 그 기세로 광고도 몇 편 찍었고, 대세 아이돌만 한다는 야구 시구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보호자 없이 고령의 몸으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노릇. 그런 병수 씨를 돕고자 동네 친한 동생인 송동호 씨(63)가 나섰다. 처음에는 스케줄 장소에 병수 씨를 데려다주는 정도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 활동을 위한 임시 사무실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점점 판이 커지는데... 주먹구구 식이기는 해도 나름 매니저도, 소속사도 생긴 병수 씨. 갑자기 달라진 상황을 보며 종종 자문한다. ‘이러다가 진짜 연예인 되는 것 아냐?’

# 칠전팔기 내 인생

김제의 유복한 집안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병수 씨.중학교도 가기 힘들던 그 시절,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교내 핸드볼 선수로도 이름을 떨치며 남 부럽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20대에 시련은 찾아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돌아가신 것.이후 마음을 다잡고 한동안 회사 생활을 했지만, 원체 자유로운 성향의 병수 씨에게 틀에 박힌 생활은 전혀 맞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뒤 서울에서 옷 장사와 음식 장사를 전전하게 되었고, 그 무렵 한국 무용의 임이조 선생을 만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은, 18년간 병수 씨에게 가장 커다란 날개가 되어줬다. 그 재능으로 일본에서도 7~8년간 공연을 다니며 돈도 꽤 많이 벌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고 자연스레 독신으로 생활하게 됐다. 비로소 인생이 폈다고 생각했지만, 영원하지는 않았다. 친척의 보증을 잘못 서며 빈털터리 신세가 된 것.

낙담했지만, 이내 잃은 것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다시 일어섰다. 거기에는 본인 옆에 끝까지 남아주었던 소중한 두 명의 양아들 덕도 컸다. 알고 지낸지 20여년 된 두 아들은, 병수 씨가 의지할 수 있는 몇없는 존재. 아팠던 세월 지나가고, 병수 씨는 이제 모두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며 지낸다.

# 나 혼자 산다

‘나홀로족’ 60년 차 병수 씨. 춤만 척척이랴? 살림도 척척이다. 귀가하자마자 가장 먼저 빨래부터 돌리고, 수납장이며 바닥까지 싹싹 닦아야 직성이 풀리는 주부 9단! 자기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 두 번 날달걀을 먹고, 일곱 가지 약초를 달인 약초 물을 끓여 마신다. 외출할 때 장소에 맞는 복장과 화려한 액세서리도 잊지 않는다. 비록 모두 구매한 지 거의 10년은 된 것들이지만, 하나도 촌스러운 기색이 없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남는 시간에는 첫째 양아들의 집에 간다. 맞벌이를 하는 아들 부부를 위해 집 안 청소를 대신해 준다. 그때마다 만나는 중학생 손자와는 둘도 없는 단짝 사이. 그도 그럴 것이, 손자가 막 태어났을 때부터 병수 씨가 같이 키웠단다. 둘째 양아들과는 아예 한 집에서 같이 산다. 호텔 요리사로 일하는 아들. 워낙 일이 많아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끼니를 자주 거르는 아들을 위해 아침밥을 차리고 생강차를 끓이는 등 아들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한 병수 씨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난 병수 씨. 부지런히 준비한 뒤 복지관으로 나선다. 택시는 웬만해선 타지 않는데, 하루 만 보씩 걸어야 운동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렇데 도착한 복지관. 늘 그랬듯 노래 수업의 제일 앞자리를 선점한다. 교실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반주가 시작한다. 병수 씨는 열창한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 스타는 괴로워~

바야흐로 시니어의 시대. 그 대세에 합류한 늦깎이 신인 병수 씨!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감개무량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점도 많아졌다. 받아주기 힘든 이런저런 부탁들이 이어지는가하면, 밥 좀 사라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평소 자주 만나던 지인들과도 약속을 잡기가 어렵고, 조금이라도 인상을 쓰면 ‘뜨더니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심지어 무리한 스케줄에 생전 안 맞던 링거까지 맞는 지경이다.

양아들들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특히 한집에 사는 둘째 양아들은 계속 연예활동을 해야 하는지 물어온다. 혹여 병수 씨가 인터넷의 악성 댓글을 볼까 봐 염려하기 때문인데... 아들의 그 마음 모르는 것 아니지만, 병수 씨는 여기서 쉽게 관둘 수가 없다. 자신을 보며 웃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행복한 것을 어떡하겠는가.

17일 방송되는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5부에서는 공연을 끝낸 지병수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환호해주는 학생들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친 병수 씨는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난다. 매니저 동호 씨는 임시 사무실을 꾸미기 시작하고, 병수 씨는 고마움에 눈물 흘린다.

그리고 KT와 키움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수원구장. 대망의 야구 시구가 있는 날이다. 일흔일곱의 나이에 홀로 그라운드에 선 할담비 병수 씨.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 속에서, 망설임 없이 힘차게 야구공을 던진다.

인생이란, 평생을 공부해도 답을 알 수 없는 학문같은 것. 아무리 오래 살아도 세상사에 통달할 수 없다는 것을 병수 씨는 새삼 깨닫고 있다. 당장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재밌는 것이 인생임을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 더는 지난날에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는 병수 씨, 진짜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이번주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편은 연출 지현호, 촬영 박승국·박병로, 글·구성 홍현영이 맡았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1TV ‘인간극장-할담비는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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