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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고은옥·손정은 이 시대 여성 리더 3인의 아주 특별한 수다
박남희·고은옥·손정은 이 시대 여성 리더 3인의 아주 특별한 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1.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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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각자 이상형은 어떤지 궁금해요.
손정은 전 결혼하고 아이 낳고서도 계속 사회생활을 하고 싶기 때문에 남자가 아무리 좋아도 “집에서 살림하면서 내조하라”고 하면 결혼할 수 없어요. 무남독녀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남자가 좋아요. 제가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않으면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타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서 남자가 저희 부모님을 많이 챙겨줬으면 좋겠어요.
고은옥 이해심 많고 듬직하고 우리 가족과 융화가 잘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희 집에는 딸만 셋인데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들 없어 어떻게 해”, “제사 누가 지내줘” 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랐죠. 저는 친구들이 피아노 배울 때 태권도체육관 가서 운동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런 게 아들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 영향에서인지 우리 엄마에게 잘하고 듬직한 남자가 이상형이 되더군요. 제 직업을 잘 이해해주는 건 필수조건이죠.
박남희 속담에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아내가 예쁘면 처가댁 말뚝에다가도 절한다”(웃음). 남녀가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면 상대방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혼해서 느끼는 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외모가 멋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바뀌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과 내가 신뢰할 수 있느냐,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Queen  요즘 골드미스에 대해 남자들의 부담과 편견이 큰 것 같아요.
손정은 아나운서들은 결혼하는 연령대가 높아요. 입사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5년 이상 걸리거든요. 저도 30대 중·후반 즈음에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남자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제 이미지를 트위터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도함이라고 답해주었어요. 실제로는 굉장히 빈틈이 많은 사람인데 뉴스에서 보이는 이미지로만 생각하니까 부담스러운가 봐요.
고은옥 저도 일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사람 중 한 명이죠. 결혼과 동시에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일 욕심이 많다 보니까 두 가지를 잘하지 못할 바에는 결혼은 말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요. 그런데 얼마 전 저희 직원 중 한 명이 결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일 외에는 달리 해놓은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자들이 저를 무서워한다는 거예요. 실제 제 성격은 털털한데 남자들은 차갑고 냉정한 완벽주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있어도 접근 자체를 못하더라고요.

Queen  결혼생활과 일을 지혜롭게 병행해나갈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박남희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우리 회사에도 집안일과 일
모두를 잘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척 힘들어하죠. 가족에게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 하는가가 중요해요.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기대치를 높였다가 실망시키지 말고 처음부터 못하는 건 과감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거죠. 저는 시댁 식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청하는 편이에요. 남편이 막내이다 보니 시댁 누나들이 음식을 잘하세요. 저희 집에 가족모임이 생기면 미리 전화해서 “지난번에 형님(시누이)이 해준 음식이 굉장히 맛있어서 재료를 준비했는데 우리 집에 와서 해줄 수 있으세요”라고 말하죠. 그러면 기분 좋게 해주세요.
고은옥 시댁에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나요? 똑똑한 며느리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잖아요.
박남희 그건 자기 태도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의 역할과 지위를 가정에서도 똑같이 요구하면 안 되죠. 가정에서는 어느 기업의 상무가 아니라 엄마, 아내, 며느리로 역할을 바꿔야 하는 거죠.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전업주부로서 집안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아 실현은 가능하다. 우리의 담론은 안일한 태도로 멋진 왕자가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기대,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삶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Queen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고은옥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여군, 여경은 흔하지 않았죠. 경호원을 할 때도 “경호는 남자 직업이지 여자가 할 일이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업을 할 때도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다 보니 이중 핸디캡이 됐죠. 물론 여성이어서 플러스가 된 점도 있어요. 여성 경호는 저희가 독점이거든요
(웃음).
손정은 연차가 어리고 여성이다 보니 차별을 당하거나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여자 앵커는 남자 앵커의 서브 역할인 것 같고, 뉴스 시작을 언제나 남자가 하는 것도 불만이었죠. 그런데 연차가 올라가고 어느 정도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더군요. 그때 ‘사회 초년생이라서 그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박남희 편견이나 차별도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경계를 넘기까지는 쉽지 않은 장애물이 있죠. 남하고 똑같이, 남자하고 똑같이 해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워요. 남자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하고 거기에 좀 더 차별화되는 나만의 강점이 있어야지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요.
Queen  매사에 정공법을 선택하겠지만 성공을 위해 여성이라는 점을 무기로 삼은 적은 없나요.
고은옥 그랬다면 이 자리에 못 있겠죠.
손정은 특히 실수했을 때 여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건 절대로 아닌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실수 자체는 당연히 없어야 하는 거고, 만약 실수를 했다면 당연히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하는 거죠.
박남희 물론 여성성을 강조해야 할 때도 있어요. 남자들은 상사와 동료들끼리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면서 정보를 많이 얻잖아요. 그렇다고 여자들이 남자와 동일하게 술, 담배를 할 수는 없죠. 그것보다는 자기 성과를 내는 데 더 집중하고 남을 조금 더 배려해주는 면에서 여성성을 발휘하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손정은 세심한 배려는 정말 도움이 돼요. 상사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잖아요. 그곳에서 제 위치는 세심하게 한 분 한 분을 보는 거예요.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저분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는 거죠. 그래서 물을 갖다드린다든지 어떤 말에 센스 있게 받아친다든지 해서 마음을 사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네트워킹이 되는 것 같아요. 굳이 그
자리에서 똑같이 원샷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제가 있었으면 하고 필요로 하시죠. 그런 부분에서는 여성성을 나타내면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고은옥 여자의 강점인 섬세함과 감성은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돼요. 저희는 직원들 생일이면 부모님들에게 떡 케이크를 보내거든요. 어버이날도, 명절도 다 챙겨주죠. 경호라는 철저한 서열문화에서 감성경영을 하니까 직원들도 좋아하고 화합이 잘되는 것 같아요.

여자이기 때문에 편견과 차별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들보다 앞서 행동했다. 여자라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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