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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추억 문화재'
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추억 문화재'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5.23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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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포토에세이(인스타그램 : photoly7)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얼마 전 파주에서 일을 보고 자유로를 이용해 서울로 오는데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국산차 1호 '포니'가 눈에 띄어 마침 조수석에 앉았던 나는 동료에게 차를 포니와 나란히 달리게 하고 창을 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1975년 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국내 최초 자체 모델 자동차인 포니는 국산 자동차 역사의 첫 장을 연 주인공 이다.

그 사진을 찍은 날 포니를 검색해 보니 내 유년시절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추억의 차 포니를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쥬지아로가 디자인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어린 나이의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 볼품 없어 보였던 차를 그런 사람이 디자인 했다니 새삼 포니가 다시 보였다.

내가 중학생이 되어 고향마을에서 읍내까지 십리 정도의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했는데 어느 날 아침 등교길에 비가 많이 와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는데 하교길에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비가 억수같이 오는 비포장 십리길을 걸어야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때 읍내 견직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역시 그 버스를 기다리던 한 동네 누님이 포니 택시를 대절해 우리와 같이 탔다.

누님은 앞자리에 앉고 뒷자리에 까까머리 중학생 다섯명이 포대자루에 쑤셔담긴 볏짚처럼 포개져 타고 집으로 왔다.

들판 한 가운데로 나있는 길은 수시로 흙과 돌을 트럭으로 갖다 부어 논보다 높게 높이를 유지했는데 그날 따라 흙과 돌을 채운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달리는 포니는 돌부리에 채어 춤을 추었고 그 안의 우리들은 "어이쿠" "어이쿠" 신음을 연발했다.

잠시 불편했지만 택시는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마을에 도착했다.

포니가 국내 최초의 항공기 '부활 1호'와 금성사 흑백 텔레비젼 등과 함께 과학 문화재로 지정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단어 갬성(감성)을 좀 입혀서 차라리 '추억 문화재' 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진을 찍을 때 눈이 마주친 포니의 주인은 웃었다.

포니의 가치를 알아 본 사람에 대한 답례였으리라.

내 유년시절의 한 때를 함께한 포니가 미류나무 들길을 먼지를 날리며 오가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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