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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명의 이홍식 교수, "조기 증상 알아채는 게 관건"
췌장암 명의 이홍식 교수, "조기 증상 알아채는 게 관건"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5.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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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명의 이홍식 고대 안암병원 교수 "조기증상 알아내는 게 관건"
췌장암 명의 이홍식 고대 안암병원 교수 "조기증상 알아내는 게 관건"

최근 들어 유독 소화가 잘 안 되고,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한 사람이라면 주목! 특히 위장에는 문제가 없는데, 황달까지 왔다면 췌장 쪽 건강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조기 증상을 외면했다간 통증이 극심한 ‘췌장암’이라는 공포가 엄습해 올 테니 말이다. 이때 대신 몸의 이상 신호를 캐치해줄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은 매우 필수적이다. 예후가 나쁘기로 유명한 췌장암의 증상부터 예방, 치료법까지 듣기 위해 췌장암 명의 이홍식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찾았다.

우리 몸속 위 뒤쪽에 위치한 췌장은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 ‘이자’라고도 부른다. 췌장암은 이자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2015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암 발생률은 37.9%로 그중 췌장암 빈도는 7위다. 여성 암 환자 중 췌장암 발생률은 9위. 국내에서 췌장암의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고대안암병원에 내원하는 췌장암 환자 수는 월등히 늘었다고 이홍식 교수는 운을 뗐다.

“최근 임상시험이라든지 정밀 의학 때문에 췌장암 환자 중 대학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진단받으면 대부분 방법이 없겠거니 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은 어떤 치료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도 적극적으로 치료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체감적으로 췌장암 환자수가 증가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술, 담배가 가장 큰 원인

췌장암, 원인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췌장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위험군은 확실히 존재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만성 췌장염입니다. 만성 췌장염이 있는 사람일수록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지요.”

만성 췌장염은 주로 술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일어난다고 그는 덧붙였다. 담배 역시 췌장암을 일으키는 큰 원인이다.
“흡연하는 사람이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률이 무려 30배나 높습니다.”

당뇨병도 췌장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꾸로 췌장암이 있으면 당뇨병이 생기기도 쉽다. 특히 40대 이후에 당뇨병에 걸린 사람에게 췌장암이 발병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외 가족력으로 인한 유전성 췌장암, 비만, 육류·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등 식생활로 인한 췌장암도 있다.

소화 불량에 체중 감소? ‘췌장암’ 신호일 수도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별다른 특징적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리하게 자신의 몸이 주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조기에 췌장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홍식 교수. 우선 소화액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불량이 찾아온다. 이와 함께 식욕이 떨어져 체중 감소가 이어진다.

“요즘은 하도 비만이 문제라서 다들 체중이 빠지는 것을 좋아라 하는데요. 사실 본인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이게 아주 중요한 단서거든요. 앞서 이야기했듯 직계 가족 중에 췌장암이 있고, 본인에게 당뇨병은 물론 체중감소까지 일어난다면 반드시 췌장암을 의심해야 할 겁니다.”

또한 상당히 불편한 정도의 복부 불편감도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속이 불편할 경우 위내시경이나 장내시경만 반복적으로 받은 후 괜찮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많을 터. 이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한 번쯤 췌장을 고려해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흔히 복부 불편감이라고 하면 뭔가 속 쓰림도 아니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말하는데요. 딱 한 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배가 불편한데, 그 불편한 곳이 약간 왼쪽에 있는 윗배, 경우에 따라 등 쪽까지라면 위험하지요.”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췌장암이 췌장 머리 부위에 생기면 황달 증상이 오기도 한다. 진한 갈색 소변과 회색 대변, 가려움증도 췌장암 환자의 80%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손꼽힌다.

유일한 완치 방법은 수술뿐

췌장암 의심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으면 환자에 따라 검사 방법이 달라진다. 소화불량이 주요 증상이므로 위장내시경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환자라면 내시경을 통해 위장 건강부터 체크한다. 만약 1년 이내에 위장내시경을 받은 환자라면 바로 췌장 CT 촬영이 진행된다. 췌장암 검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CT만 찍으면 췌장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살펴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했다. 검사 결과도 꽤 정확하다고 한다.

검사 후 췌장암에 혹이 발견되면 추가로 조직검사가 이뤄진다. 그 뒤 췌장암이 확실시 되면 유일한 완치 방법은 수술뿐이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그는 췌장암 치료 시 수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먼저 따진다. 암의 크기도 문제지만, 대동맥이나 비장으로 가는 혈관에 암이 침범해 있으면 아무리 작은 크기의 암이라도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일 기본적으로 다른 장기로 전이가 안 돼 있어야 한다.

수술만 잘 된다면 바로 완치할 수 있다.
“암을 완전히 절제하고, 임파선으로 전이가 안 됐다면 완치도 가능합니다. 췌장암의 5년 생존률이 평균 10% 안쪽인데 반해 성공적인 수술 후에는 장기 생존이 가능하니 얼마나 희망적인가요.”
수술이 어려울 경우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 남아 있다. 두 치료법 모두 목표는 암의 크기를 줄이거나 동맥을 침범한 암을 소실시키는 데 있다. 이후 다시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으므로. 최근엔 항암치료와 함께 면역치료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 구석구석 살피기
 

이홍식 교수 "췌장암은 가족의 관심이 필수입니다"
이홍식 교수 "췌장암은 가족의 관심이 필수입니다"

췌장 통증이 느껴진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평소 췌장암을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궁금했다.
“우선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췌장 정기검진이 필수겠지요. 술, 담배는 만성 췌장염을 일으키므로 되도록 멀리해야 하고요.”

과도한 육류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도 주효하겠다. 대신 강황, 엽산이 풍부한 채소류와 비타민 등이 췌장암의 빈도를 낮추는 것으로 전해졌으니 참고하도록.
“무엇보다 가족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몇 해 전 장모님의 조기 위암과 대장암을 발견해줬다는 이홍식 교수. 평소 장모님의 건강을 신경 써온 그는 근래 체중이 급격히 빠진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재빨리 병원에 모셔 검사해보니 다행히 위암과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 완치할 수 있었다.

“췌장암도 마찬가지예요. 대표적인 조기 증상 중 하나인 황달이 와도 본인은 잘 모르거든요. 주변에서 자세히 관찰해야 캐치할 수 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 어느 곳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면 흘려듣지 말고 한 번쯤은 함께 병원에 들러 검사를 받아보세요.”

물론 자기 몸은 자기가 먼저 챙겨야 하는 법. 이에 그는 몇 달 전부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고 한다. 몸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스스로 몸을 관찰하자는 데 있다.
“스트레칭을 하면 몸 구석구석 아픈 곳은 없는지 직접 살필 수 있으니까요. 명상을 하며 요가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랍니다.”

이홍식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나온 이홍식 교수는 고려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를 시작으로, 고대 의대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현재 정교수이자 의대학장, 의학전문대학원장을 겸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BIDM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에서 연구원 경력을 가진 이 교수는 대한 소화기학회 우수논문상, 최우수연제상 등 성과도 수두룩하다. 담석, 담도암, 췌장염, 췌장암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그를 췌장암 명의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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