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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빈 국립음대 수석으로 입학한 피아니스트 김정원군(15세)어머니, 방송작가 이금림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빈 국립음대 수석으로 입학한 피아니스트 김정원군(15세)어머니, 방송작가 이금림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6.0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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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일하는 엄마를 사랑하는 내아들 이야기"

1990년 12월호 -빈 국립음대 수석으로 입학한 피아니슨트 김정원군(15세)어머니, 방송작가 이금림
1990년 12월호 -빈 국립음대 수석으로 입학한 피아니스트 김정원군(15세)어머니, 방송작가 이금림

수재들만 모인다는 오스트리아 빈국립 음악대학에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수석으로 그것도 최연소 합격이란 영예를 안고 입학했다 해서 화제다. 그 주인공 김정원군(예원중 3년 중퇴)의 어머니는 요즘 MBC TV 아침드라마 '아직은 마흔 아홉'을 집필중인 방송작가 이금림씨. 일하는 여성도 아들을 천재 피아니스트로 훌륭히 키울 수 있음을 증명해보인 이금림씨의 '자녀 교육 비법'.

'행복이란 정말 뭘까?' 나이들어 가면서 새삼 경이로움으로 느끼게 되는 삶의 행복에 대해 요즘 방송작가 이금림씨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사유들을 드라마 '아직은 마흔아홉'을 통해 내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이금림씨에게 더욱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일이 생겼다. 둘째아들 정원이가 세계 최고의 음악 학교로 알려진 빈국립음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15세라는 염려스러운 나이에 홀로 외지로 떠나보낸 데 대한 어머니의 근심을 깨끗이 씻어준 소식이었다. 

"이렇게 빨리 헤어져서 살게될 중 알았다면 정말 잘해줄 것을, 하는 후회가 가득해요"

자신이 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원이의 레슨 뒷바라지가 힘들게 느껴졌고 자연 소홀했었다는 그의 얘기다. 써야 할 원고가 잔뜩 밀려있는데, 안성까지 정원이 레슨 때문에 따라가야 했을 때, 차안에서 아이에게 마구 신경질을 부렸던 일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후회스럽기만 하다고.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가 아이의 재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부모의 열성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 부모의 자신없음은 아이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가?" "힘들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그만두어라" 아이에게 끊임없이 확신을 받아야 했고 마침내는 정원이가 짜증을 낼 정도였다. 

"우리 엄마는 정말 너무해. 내가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면 매를 들면서라도 의지를 북돋아야 하는데 이게 뭐야, 매일 그만두라는 말만 하고···."

이쯤되면 이금림씨의 어머니로서의 자질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질 사람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 혼자 크는 나무는 없다'고 했던가. 이건 어머니로서의 이금림씨의 교육 방식인 것이지, 아이를 나몰라라 내버려두고 자신의 생활만 해나갔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어머니로서 정원이에게 최대의 공헌을 했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의 음악적 재질을 발견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둘째는 그애에게 결코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아들만 둘을 두고 있는 그는 큰아들(승조 · 경기고2년)에게도 그랬고, 둘째 정원에게도 6살이 되면서 피아노를 가르쳤다. 형은 기본만 배우고는 그만 두었으나 정원이는 재능을 보이며 계속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처음 예원중학교에 입학을 시킬 때에도 그것은 정원이가 원해서였고,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피아노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는 말로 언제든 포기가 가능한 것임을 주지시켰다. 그러나 어느 하나가 쉽지않다고 해서 금방 뜻을 꺾는 사람은 다른 어떤 것에서도 성공이 어렵다는 식의 우회적인 격려를 해나갔다.

지금도 이금림씨는 자신의 이런 교육법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에게 오히려 무관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과잉보호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그는 숱한 극성 학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그네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막막한 생각이다. 

"자기 자신의 인생이라곤 조금치도 없어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 온 몸으로 뛰어다니는 그 어머니들은 과연 행복할까요? 아니, 그 아이는 또 진실로 행복해 할까요?"

낯선 타향 빈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을 정원이가 안스럽고, 그러나 '엄마가 쓰는 드라마를 모두 녹화해서 보내달라'는 정원이 편지의 끝머리에 항상 덧붙여져 오는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우며 또 나는 엄마를 몹시 사랑한다'는 그 말이 오늘도 여자 나이 마흔 아홉살의 깊은 행복을 체감하게 한다는 이금림씨.

"방송작가 이금림으로서만 인터뷰를 하다가 피아니스트 김정원군의 어머니로서 인터뷰를 하니까 더 자랑스럽고 기븐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래도 되는건지 정원이에게 미안하다며 '호호' 웃는 그는 영락없는 한국의 속깊은 어머니다.Q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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