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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6.29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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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길게 기른 머리에 벙거지를 눌러 쓴 각설이 같은 차림으로 건들거리며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미인)를 혼이 빠진 듯 외쳐 부르던 신중현(47세). 한번 듣고 두번 듣고 자꾸만 듣고 싶어지던 그의 노래가 우리들 귓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요즘, 그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1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1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2
1990년 12월호 -그때 그 사람 지금은···/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2

 

한때의 인기란 무엇인가? 그 허상의 그늘에 서서 젊은날의 대부분을 보낼 가치가 있는 것인가? 예술은 또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나는 음악적 활동을 일상생활 속에 실현시키고 또한 일상 생활을 살아 있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흔히들 말하는 '소리'를 내어왔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무력해진 건 어떤 연우에서일까? 난 진정 무력해진 것일까? 환호와 갈채, 그러한 것들이 소멸됐다고 해서 나는 무력한 것일까?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현재 인기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좋지 않은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내부에서 충혈되어 응고된 음악적 재능은 이제 완전한 하나의 박자를 갖추고 있다. 난 감히 말하고 싶다. 현실적 지배로부터 벗어나 음악다운 음악을 키워나가는 데 나만큼 고뇌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비틀린 상황은 외롭고 무섭다···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한 신중현씨는 요즘 이러한 갈등에 빠져 있다. 한때의 당당하던 모습은 잔이 빠진 듯 사그라지고 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던 '소리'만이 그의 곁에 남아 상처 입은 그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친구가 사 준 악기 들고 미8군 무대로···

1943년11월13일 서울시 신당동에서 태어난 그는 국민학교 2학년 때 6.25를 만나 부모님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냈다. 동생을 친척집에 맡겨 놓은 그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상수제약'이라는 제약 회사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강남국민학교를 졸업하는 억척기질을 발휘한다. 

어린 시절 그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터질 듯 우울한 가슴을 삭여 줄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이었다. 그냥 콧노래로만 흥얼거리던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자 근근이 모은 돈으로 호기를 부려 바이올린을 사 혼자서 열심히 익혔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혼자 배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그는 동양중학교2학년 때 바이올린을 전기기타와 바꾸어 기타 실력을 늘려갔다. 

"고생 끝에 서라벌고등학교에 들어갔지요.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려니 자연 학업 성적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 대신 기타는 열심히 쳤지요. 2학년 무렵일 겁니다. 전 그때 종로 부근을 돌아다니면서 기타를 배우며 제 실력을 점검해 보곤 했죠. 하루는 어느 학원에서 나오는데 웬 노인이 절 보자고 해요. 그러면서 자기와 손잡고 학원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에요. 알고 보니 그는 그 학원 건물 주인이었어요. 평소 저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스카우트한 것이죠. 그래서 졸지에 학원장이 되었지요. 그때 전 배가 무척 고플 때였으니 횡재를 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월급 날이 되자 뭐 떼고 뭐떼고 했다면서 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거에요"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록뮤직의 선구자로 불리게 되는 오늘의 그가 탄생하는 것. 몇달 지난 어느날 그 행운의 신은 나타났다. 

"어느날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젊은 친구가 나타나 나의 기타 솜씨를 좀 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 들려 줬더니 깜짝 놀라면서 '당신 같은 실력파가 왜 여기에 처박혀 있느냐. 나는 미8군 무대에서 일하는 무용수인데 당신을 8군 무대에 서게 해줄 테니 나를 따라 오라'고 해요. 엉겁결에 주인 영감 몰래 도망을 나와 그가 이끄는 데로 갔죠. 원효로에 있는 '화양연예대행사'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오디션을 받았죠. 나의 연주를 듣고난 사장이 당장 써먹을 수 있겠다며 내일부터 나오라는 거예요. 그러나 고민이 생겼어요. 연주를 하려면 전자기타나 엠프 등속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내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어쨌든 내일부터 출근하겠다고 말하곤 밖으로 나와 막막한 심정으로 종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죠. 참으로 인간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어요.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누군가 나의 등을 툭 치는 거예요. 돌아보니 제약회사에 다니던 나의 친구였어요. 자전거에 약품 등속을 싣고 지나가다 나를 본 거예요. 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당장 근처 악기점으로 데리고 들어가 필요한 악기를 구입해 주는 것이었어요. 자신의 사정도 넉넉지 못한 친구였는데···. 그걸 들고 이튿날부터 무대에 섰지요"(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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