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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현실에서 체험한 여성문제 모순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한 주부/유소림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현실에서 체험한 여성문제 모순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한 주부/유소림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6.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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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1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결국 전업 주부로 돌아와야 했던 평범한 여성 유소림(39)씨가 여자로서, 아내로서, 또 어머니로서 부당하게 감내해야만 했던 이 땅의 여성문제들을 고발하는 노래들을 썼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 의해 공연된 그의 노래들은 가사노동과 여성 취업을 가로막는 탁아문제에 많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가 노래를 짓게된 까닭들.

1990년 12월호 -현실에서 체험한 여성문제 모순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한 주부/유소림
1990년 12월호 -현실에서 체험한 여성문제 모순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한 주부/유소림

 

"백가지의 집안일 반복 반복 또 반복, 그 중의 한가지 먹는 일이 하루에 세번, 일주일에 스물 한번, 한달에 아흔번···여자라서, 아내라서, 어머니라서 사랑의 이름으로 모성애의 이름으로 일할 의무만을 던져주고 일할 권리는 빼앗아 갔네. 나는 일이 필요해, 피부양자 딱지 떼는 일이 필요해. 사람으로 났으니 사람 구실 하게 하는 일이 필요해"

지난 11월17, 18일 양일간에 걸쳐 연세대학교에 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여성민우회' 공동 주최로 '여성노래 한마당'이 열렸다. 

여성들이 직업인으로, 어머니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랑과 기쁨, 고통 등을 민우회 회원들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작곡을 해서 만든 노래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공연하는 형식이다. 주부 유소림씨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노랫말을 붙인 6곡을 선보여 청중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이가 아닐 뿐더러 그는 여성 운동가도 아니다. 단지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을 뿐인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다.

"결혼 전부터 시작해 10여년간이나 다니던 직장을 회사 사정 때문에 그만 두게 됐어요. 처음에는 남아 도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밀려 두었던 책도 읽고 집안일 돌보는데 정성을 다했죠"

그러나 아이들도 이미 엄마의 품안에만 있기에는 다 커버린 나이였고 집안에만 있다보니 차츰 답답하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다시 직장을 구해보려 했으나 나이먹은 '아줌마'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겠다는 곳이 없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일거리를 찾던 중 주위의 친구가 소개해준 곳이 바로 '여성민우회'

"제가 직장생활 할 때의 어려움이란 말도 못하죠. 임신 때문에 배가 불러오니까 동료들이 뒤에서 수군거려요. 출산 후에도 눈치가 보여서 30일을 겨우 쉴까 말까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직장을 다녔죠"

그래도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때문에 두번의 출산을 감내해가며 꾸준히 직장생활을 했다. 뭔가 부당한 편견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것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해볼 수조차 없었던 것이 당시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작년부터 민우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유소림씨는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여성이 처해있는 집단적 문제라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여자가 서른다섯살 쯤 되면 누구든지 여자에 대해 다 알게 돼요. 관념적인 형태의 인식이 아니라 생활속에 뿌리박힌 모습으로서의 여성 인식이죠"

때문에 민우회에서 만나는 주부들은 전혀 낯선 사람들이지만 만나는 그 순간 친구가 된다. 여성으로서의 '살아감'에 대한 기본 이해들이 같아서이다. 단지 그것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집단적인 이해가 없었을 뿐임을 확인하는 순간 이들은 '눈뜨게'된다. 

"뒤늦게 전업 주부가 되다보니 가사노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끝이 없고 반복적이며 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그래도 보수도 없으면서 무직자로 처리되잖아요?"

여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절실하게 체험해야 했던 탁아문제. 이 두가지의 최대 관심사가 이번 공연에서 발표된 유씨의 노래의 주요 주제들이 되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결국 이 땅의 여성문제는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이루어짐을 깨닫고, 손잡고 일어선다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의지들을 담아냈다는 평이다. 

"지난 날의 슬픔은 분노가 되어, 피처럼 불처럼 분노가 되어, 하늘 끝 땅 끝까지 온통 타올라 이윽고 바다 같은 큰 사랑 되리. 가자 우리 모두 이땅의 여자들아, 물방울이면 바위를 뚫고 풀잎이면 땅덩이를 채우로 바람이면 껍데리를 쓸어버리며 우리 모두 뜨거운 노래가 되어, 화산같은 노래가 되어, 저 바다로 저 바다로 나가자"Q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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