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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아버지의 바다-전남 완도 평일도 다시마 수확 72시간
‘다큐멘터리 3일’, 아버지의 바다-전남 완도 평일도 다시마 수확 72시간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6.02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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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시마의 70%가 생산되고 있는 청정해역 전남 완도 평일도 앞바다. 이곳에서 노동의 가치는 ‘정직’하다. 일한만큼 벌고, 땀 흘린 만큼 얻는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은 모여 자식들의 피와 살이 되었고, 값진 땀방울을 먹고 자란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바다를 지킨다. 오늘도 그 바다엔 귀한 선물을 소중히 가꾸며 살아가는 또 다른 ‘아버지’가 있다.

오늘(2일) KBS 1TV 시사교양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아버지의 바다 - 완도 평일도 다시마 수확 72시간’ 편이 방송된다. 내레이션은 이광용 아나운서가 맡는다.

지난 한해, 평일도에서는 총 3,049톤의 다시마가 생산됐다. 다시마로 창출되는 한해 수익만 약 300억 원. 다시마는 가난했던 섬마을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섬의 젊은 사람들(20~60대)이라면, 누구나 다시마 농사를 짓는다. 매년 5~6월, 두 달간 평일도의 밭과 논, 공터 곳곳은 모두 다시마 건조장으로 변한다. 마을을 까맣게 수놓은 다시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마 섬’이라는 평일도의 별칭이 이상할 것도 없다 싶다. 늦봄부터 시작되는 약 두 달 간의 작업은 평일도 주민들에게 있어 든든하게 한 해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빠르면 자정, 늦어도 새벽 3시엔 바다에 나가 다시마를 수확해야 한다. 햇빛을 보면 다시마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알긴산 성분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이 트기 전, 수확한 다시마를 가져다 건조장에 널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가 되면 평일도 사람들은 밥도 거르고 잠도 줄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마를 수확한다. 어둠을 뚫고 바다에 나가 다시마를 건져오고, 그 다시마를 다시 건조장에 널어 말리고, 낮 시간 햇빛에 바삭바삭 마른 다시마를 다시 거두어 정리한다. 그렇게 집에 와 밥 한 술 뜨고, 눈 좀 붙이고 나면 어김없이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다시는 안 하마’ 해서 다시마라 이름 붙여졌다는 누군가의 농엔 그 정도로 치열하고 고단한 어민들의 삶이 녹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일을 계속하는 건, 그래도 일한 만큼 벌고 땀 흘린 만큼 얻는 ‘정직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벗어나고도 싶었다. 어둠과 싸우고, 뜨거운 햇살과 싸워야 하는 고된 바다 일 대신 조금 편하고 쉬운 일을 찾으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숱한 방황의 끝에서 결국 다시 떠올린 건 아버지와 아버지가 있던 고향의 바다였다. 그 시절, 아버지가 흘렸던 귀한 땀방울의 가치를 알기에 내 아버지가 그랬듯 다시 이 바다에 기대어 살아간다.

KBS ‘다큐멘터리 3일’은 특정한 공간 과 제한된 72시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자연스런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 기록함으로써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는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 3일’은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다큐멘터리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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