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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개와 늑대의 시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개와 늑대의 시간'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6.03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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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강화도, 2019'

 

하지가 가까워 올 무렵에 촬영을 가려면 새벽 네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사진가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해가 중천에 있을때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너무 밝은 빛 속에 명료하게 드러난 세상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의 시간을 흔히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 하는데 이런 시간대에 좋은 피사체가 많다.
 
지난 주말 새벽에 서해 바다를 향해 가면서 한 농부가 논두렁에 서있는 것을 망원렌즈로 찍었다.

한참 동안 미동도 않고 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마도 어제 심은 어린모를 살피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어릴적 밥을 먹을 때 밥풀을 흘리거나 하면 부모님이 꾸짖었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올라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었는지를 준엄히 깨우쳐 준 것이었다.

나는 술은 소란스럽게 마시면서 밥은 조신하게 먹는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것은 아마도 어릴때 부터 교육받아 왔던 쌀에 대한 경외심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갓 난 자식 돌보듯 어린모를 살피고 있는 농부의 모습에서 경건함 마저 느껴졌다.

들판의 동쪽에서 벌써 해가 솟고 있었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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