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작가' 라는 별명을 가진 사진작가 배병우씨는 경남 어딘가의 소나무 한 그루를 점찍어 놓고 삼십 번을 넘게 사진을 찍으러 갔었다고 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가 도망을 갈리도 없고 어느 날씨 좋은 날 느긋하게 가서 한 커트 찍고 오면 그만이지 왜 삼 십 번이나 새벽에 그 소나무를 만나러 갔을까?
사진작가에게는 소나무 사진에 실과 바늘 같은 관계가 바로 안개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의 시간에 낀 짙은 안개가 소나무를 감도는 순간이야 말로 제대로 된 몽환적인 수묵화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해안에 위치하지 않고 산간에 자리잡은 소나무 군락에는 지형적인 탓으로 안개를 보기 힘들다.
얼마 전 배 작가의 소나무 사진 메인 출사지 였던 경주 삼릉에 촬영을 갔었다.
그동안 거기를 세 번 갔지만 갈 때 마다 안개는 커녕 미세먼지 마저 없는 쨍한 날씨여서 그저 쨍? 한 소나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 날이 왕릉에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던지 전통 제복을 입은 이 십 여명의 어르신 들이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왔다.
그 어르신들의 맨 앞에는 한 청년이 연기가 나는 향로를 들고 있었다.
그 일행이 지난 자리에 향로에서 피어난 연기가 제법 안개처럼 보여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배작가의 안개 소나무 사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흉내는 낸 듯한 사진을 담아서 돌아오면서 과연 나는 배작가 처럼 소나무 한 그루를 점찍고 마음에 들때까지 찍기 위해 삼십 번을 갈 정도의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다.
명불허전! 이다.
사전에는 명불허전을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름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글 사진: 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