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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이영조 교수님의 카메라'
김도형의 풍경 '이영조 교수님의 카메라'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6.14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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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이영조 교수님의 카메라'
김도형의 풍경 '이영조 교수님의 카메라'

 

내가 부산에 소재한 경성대학교 사진학과에 재학할 때의 일이니 삼십년도 더 된 이야기다. 

지금은 작고 하셨지만 보도사진 강의를 맡은 부산 국제신문 사진기자 출신 이영조 교수님이 하루는 표준렌즈가 달린 니코마트 카메라를 가지고 오셔서 그 카메라에 얽힌 에피소드를 한 토막 들려주셨다.

니코마트 카메라는 니콘 FM시리즈의 전신으로 1965년도에 생산된 카메라다.

신문사에서 정년 퇴직하신 교수님이 어느 날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들의 모임에 강연을 하러 가셨다.

독일이나 스웨덴에서 만든 고가의 카메라를 목에 맨 사람들이 니코마트를 가지고 계신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왠만하면 신형의 새 카메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하길래 교수님은 나직한 목소리로 이 카메라가 내 슬하 사 남매의 교육과 결혼까지 시킨 고마운 존재라 새 카메라를 들일 마음이 없다고 하셨단다.

사진은 몇 커트 찍지 않으면서 흠집이 날새라 노심초사 하며 장롱에 모셔두는 카메라와 이영조 교수님의 니코마트는 그 가치가 달랐다.

그 때 사진학과를 같이 다닌 교수님의 아들이 서울시청에 근무하고 있어서 혹시 아버지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실로 오랜만에 그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보며 차고 넘치는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두고 아직도 더 좋은 카메라를 갈망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좋은 사진은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 파인더 뒤의 눈이 결정한다는 평소 교수님의 가르침이 바람결에 들려왔다.

 

글 사진: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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