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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과 나경원 원내대표, 운동권 대표주자 VS 판사 출신 엘리트의 대결
이인영과 나경원 원내대표, 운동권 대표주자 VS 판사 출신 엘리트의 대결
  • 최수연 기자
  • 승인 2019.06.18 1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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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과 나경원 원내대표, 운동권 대표주자 VS 판사 출신 엘리트의 대결
이인영과 나경원 원내대표, 운동권 대표주자 VS 판사 출신 엘리트의 대결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이 선출되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128석)과 한국당(114석)의 원내 사령탑을 맡을 정도로 비중 있는 정치인이지만 그들의 삶의 궤적은 너무도 다르다.

흙수저와 금수저, 여야 원내대표로 만나다
학생운동권의 대표주자인 이 원내대표가 80년대 수배 생활과 감옥을 전전하던 시절, 나 원내대표는 서울법대 엘리트로 사법고시에 몰두했다. 가난한 시골 교사를 아버지로 둔 이 원내대표와 달리 나 원내대표의 아버지는 학원 재벌이다. 흙수저와 금수저 출신이 국회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격이다.

나 원내대표가 1963년생으로 이 원내대표(1964년생)보다 한 살 많다. 둘은 2004년 17대 국회에 동시 입성했다. 이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구로갑에서 당선됐고, 나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18대 총선에서 한 차례 낙선해 3선 의원(17ㆍ19ㆍ20대)인 반면, 나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를 포함 서울 중구, 동작을 등에서 4선(17~20대)을 했다.
 

전대협 초대 의장…이인영이 걸어온 길
전대협 초대 의장…이인영이 걸어온 길

전대협 초대 의장…이인영이 걸어온 길
이 원내대표는 1964년 충북 충주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1984년 고려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현대문학비평을 하는 교수가 되거나 이마저 어렵다면 고향에서 후배를 가르치는 국어선생님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는 문학청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다소 날카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한 담배연기 내뱉으며 문학비평 원고를 끄적거리는 것이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이다.

이런 그가 검은 한복에 ‘자주통일’이라는 붉은 머리띠를 두르게 된 것은 현대사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강제 징집됐다가 죽은 김두황 선배 추모제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돌멩이를 던졌고, 그즈음 광주 백서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운동권에 들어간 것에 대해 “부모님에게 받은 것과 다른 제2의 생명이 자라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이 원내대표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결성을 이끌어 초대 의장을 맡았다. 전대협이 앞장서 쟁취한 직선제 헌법이었지만 1987년 대선에서 DJ(김대중)와 YS(김영삼)가 분열하면서 군사정권이 연장됐다. 이에 1989년 재야 민족민주운동 세력이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을 만들었다. 그는 전민련 간사로 활동했다.

‘리틀 김근태’ 이인영…운동권 엘리트
이 원내대표는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영입돼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서울 구로갑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재도전 끝에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탄핵 역풍 속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 때는 대부분의 486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고배를 들었다. 19대·20대 총선에서 연속 당선해 3선의 중진의원이 됐다. 주로 외무통일위, 정보위에서 활동해 ‘통일전문가’로 통한다.

당내 비주류이던 그에게 9년 전인 2010년 10·3 전당대회는 정치적 전환점이 됐다. 진보적 가치를 내건 40대 정치인의 지도부 입성은 민주당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조직과 계파가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복지·노동·인권 등 진보적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당의 혁신을 외쳤다.

이듬해인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와 범야권 통합 과정에서 협상 실무를 책임지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과 민주통합당의 출범을 모두 성사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통일·인권 운동가의 딸과 결혼한 이인영
이 후보는 야권 인사 중 지난해 말 별세한 고 김근태(GT) 의장과의 인보 정책특보로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여성판사의 멘토와 같았던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의 권유로 이뤄진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서울시장 도전 고배…3수 만에 첫 여성 원내대표 등극
이후부터 탄탄대로였다. 이회창 후보 낙선 이후 잠시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2004년 17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성,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남부럽지 않은 미모로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대 총선에선 당 지도부는 대중적 인기를 얻은 그를 서울 중구에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 바람’을 차단하며 당선된 그는 당 최고위원까지 거침없이 진군했다. 그리고 여의도 입성 10여년 만에 한나라당 역사상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기록도 세웠다.

이런 나 원내대표에게도 아픔이 있다. 그의 딸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딸의 입학 신청을 거부하는 초등학교 교장에 맞서 교육청을 상대로 끈질긴 투쟁을 해 결국 딸을 학교에 보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의원이 된 후 국회에 장애아인권 연구모임을 만들었고 당 복지위원장을 맡아 장애인 복지를 위해 애쓴 정치인이기도 하다.

변화와 개혁 화두 던진 이인영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인 3선의 이인영 원내대표연도 각별하다. 88년 전민련 활동을 계기로 김 상임고문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살아온 궤적도 비슷해 ‘리틀 GT’로 불린다. 1999년 김근태 의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통일인권 운동가인 이해학 목사의 딸 이보은씨(51)와 결혼해 슬하에 외아들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법대 엘리트 출신…나경원이 걸어온 길
서울법대 엘리트 출신…나경원이 걸어온 길

‘부유한 집안의 딸, 공신(공부의 신), 서울대 졸업, 판사 출신, 고속성장한 정치인’,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엄마’, ‘탤런트 정치인’… 나 원내대표에 붙는 수식어다. 나 원내대표가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 대한민국 주류의 삶을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나 후보의 아버지는 1973년 홍신학원을 설립한 후 화곡중, 화곡고, 화곡여상을 개설했다. 나 원내대표를 ‘사학재벌의 딸’이라 부르는 이유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던 그는 1982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법대 동기생인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나 진보진영 대표인사인 조국 서울대 교수와는 전혀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는 비운동권이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편 김재호 판사와는 1988년 결혼했다. 나 후보는 식을 올린 지 4년 후인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판사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 9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의 어깨는 참으로 무겁다. 21대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가운데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민생·경제 개혁 등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저부터 변화를 결단하며, 제 안의 낡은 관념, 아집부터 불살라 버리겠다”며 “민생의 성과를 만들어 문재인정권 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무력화 시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2010년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486 정치인 중 단일 후보로 추대돼 조직과 계파 없이 4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야권을 대표하는 40대 정치인으로 부상한 뒤 9년 만에 여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패스트트랙 딛고 국회 정상화 과제
이 원내대표에게 최대 현안은 국회 정상화이다. 하지만 정상화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에 갇혀 있다. 우선 민주당은 가능한 한 빨리 추경 심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5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을 고려, 최대한 5월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5월 25일 안에 5월 임시국회 소집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상임위별 예산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은 재해 추경과 민생 추경의 동시 처리도 주장한다. 6조 7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일시에 집행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은 여야 4당이 강행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외투쟁으로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이어온 한국당은 민주당이 전향적인 태도로 국회 복귀의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화기애애한 이인영·나경원 첫 상견례
지난 5월 9일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했다.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국회 집무실로 찾아가 인사했고, 나 원내대표는 세심한 배려로 예우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재킷을 입었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깔맞춤’으로 파란색을 입었다.

한국당의 빨간색 백드롭 아래 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푸른색 계열 옷을 착용한 진풍경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다”며 나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20여분의 짧은 상견례를 마친 두 사람은 20일 ‘호프 회동’을 이어가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국회 정상화까지 험난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나다르크 나경원… 당권을 향한 행보
나 원내대표의 정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김정은 수석대변인’, ‘반문특위’, ‘달창’, ‘문노스’ 등 원내사령탑 취임 이후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강성 발언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그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과정에서 ‘귀족적 이미지가 강해 서민층으로의 표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선거법 개혁과 공수처 신설 등이 골자인 패스트트랙 국면 내내 여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불사해 세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과거 ‘얼음공주’란 별칭 대신 ‘나다르크’란 칭호를 얻을 정도였다.

정치권에서는 3차례에 걸친 도전 끝에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란 타이틀을 거머쥘 만큼 그의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다는 데 동의한와는 역지사지해 보고 싶어서 민주당과 나름 비슷한 색의 재킷을 입었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와 민주당 일행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을 이어 가는 동안 연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그걸 치유하고자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 번 자문했다”며 “진심으로 경청 하겠다”고 말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되겠다”는 나경원
이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5·18 별법 개정안 처리 이야기를 꺼내자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난 나 원내대표는 “제가 그동안은 ‘형님’들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 동생이 왔다”며 “정말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도 “직장과 부서가 서로 달랐지만 나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해 왔다. “원내대표가 된 목적이 존재감을 드러내서 다음 단계로 가려는 일종의 징검다리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김광일의 입’에 나와 ‘총선 승리 결과에 따라 황 대표와 대선주자로 겨뤄볼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생각 없다. 황 대표가 잘하게 열심히 서포트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설을 부인했다.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이 똘똘 뭉쳐야 하고 그 기반으로 해서 저희 당 중심으로 우파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거의 후보군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 대권을 노리려면 먼저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정치문법에 따라 향후 대권보다 당권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황교안 당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나설 경우 자신이 유력 당권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Queen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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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2019-06-20 13:36:52
나다르크는 무슨.... 나미코 라고 부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