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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특별기획③/맞벌이 아내를 둔 남편 98명의 '가사분담' 찬반론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특별기획③/맞벌이 아내를 둔 남편 98명의 '가사분담' 찬반론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7.07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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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싫다 싫어 '남자 파출부'···

맞벌이 부부들의 가사 분담에 대한 여성측의 적극적인 주장들이 쏟이지고 있는 지금, 남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맞벌이 아내를 둔 남편 98명을 대상으로 가사 분담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직도 대부분의 남편들은 집안일을 모두 '아내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음이 입증되었는데···.

1990년 12월호 -특별기획③/맞벌이 아내를 둔 남편 98명의 '가사분담' 찬반론
1990년 12월호 -특별기획③/맞벌이 아내를 둔 남편 98명의 '가사분담' 찬반론

 

가사 분담에 대한 찬반 여부 조사에선 반대의견이 강세

시대는 수없이 변화를 겪으며 달라져 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맞벌이 아내를 위해서 가서 분담을 해야 하다는 주장에 대한 98명 남편들의 의견 조사에서, 찬성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49명으로 1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남자에게 가정을 꾸려 나가기 위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무거운 의무가 있다면, 아내에게는 남자가 지닌 만큼의 경제권 안에서 알뜰하고 평화롭게 가정을 만들고 지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부부가 함께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맡벌이 부부의 경우엔 달이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 틀로 짜여져 있는 셈이다. 

결국 아내에게 직업이 있고 소득이 있다 해도 그것은 부수적인 일로 접어 두고 있으며, 가사 운영의 의무가 아내게겐 가장 중요하고 또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들은 절망하지 마시길. 찬성표 역시 적은 숫자는 아니어서 31명의 대답이 있었고, 찬성이라고도 반대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사람도 18명이나 있었던 것을 보면 맞벌이 부부들의 이상적인 가사 분담이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닌듯.

반대 이유 중 1위는 '남자가 살림을 한다는 것은 남부끄러운 일'···

가사 분담을 환영할 수 없다고 대답한 남편들의 경우, 그 이유도 제각각이었는데, 그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역시 남편의 체면 문제라는 것으로 49명 중 17명의 대답. 남자가 청소를 하거나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흉측하고 남부끄러운 일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남자는 역시 '체면'에 약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11명의 답변으로 2위를 차지한 의견은 '한번 하면 영원히 하게 될 것 같아서'라는 것. 가끔 아내를 도와 주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들을 수 있지만 아예 일을 분담해서 본격적으로 맡아 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쉽게 말해 아내에게 못된 버릇만 가르쳐 주게 될 것 같다는 얘기.

자존심 때문에 가사 분담은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이 9명으로 3위. 또한 직업상 워낙 일이 바쁘기 때문에 가사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는 귀여운(?)핑계를 댄 사람도 6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그냥 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4명으로 5위, '아내의 권한을 침해하고 싶지 않다'는 얄미운(?)답변을 한 사람이 2명으로 6위를 차지했다.

찬성하는 이유 중 첫째는 '아내가 안스러워서'

그렇다면 가사 분담을 찬성하는 남편들의 경우는 어떨까. 그들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의견을 보이는 것일까. 1위를 차지한 것은 31명 중 13명의 답변인 '아내가 안스러워서'라는 것. 고달픈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집로 돌아온 아내가 지친 얼굴로 집안일을 하고 밤늦도록 쉴틈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안스럽고 또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는, 자상하고 따뜻한 배려를 지닌 남편들의 경우이다. 

2위를 차지한 의견은 '민주적인 가사 운영을 위해서'라는 것으로 모두 9명의 답변. 기쁨이나 고통도 나눠 갖고, 서로의 몫을 이상적으로 나눔으로 해서 불편 없는 생활을 찾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대답이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남편이라고 할까.

3위는 '원만한 부부 생활을 위해서'라는 것으로 모두 6명의 의견. 두 가지 일에 지친 아내는 피로화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부부 관계에도 금이 가기 마련이므로 그런 사태를 대비하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이외에 '아내의 건강이 염려되어서'라는 눈물겨운 의견을 보여 준 남편이 3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찬성의 경우, 집안일 중에서 가장 돕고 싶은 것 1위는 '청소'

가사 분담을 찬성한다면 과연 남편들이 맡아 해도 좋다고 믿는 일은 어떤 것일까. 1위를 차지한 것은 '청소하기'로 31명 중 10명의 답변. 아내가 하는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여겨지는 청소를 맡아서 하겠다고 자청하는 남편들이다. 다른 것은 모르지만 청소 만큼은 자신 있다는 뜻일까.

2위를 차지한 것은 아이들 숙제를 돕거나 아이들과 놀아 주느 것으로 모두 7명의 대답. 생각해 보면 그것은 가사 분담이라고 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느나 아내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돌보는 일에까지 시간을 뺏기는 것을 막아 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답변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편은 아이들에게 점수를 얻기 위한 일만 골라 하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하는 아내도 있게씅나 어쪄랴. 

3위는 힘든 빨래를 돕겠다는 것으로 모두 6명의 대답. 이부자리나 외투 등 크고 힘든 빨래감들만 처리해 주면 나머지는 세탁기의 몫이므로 빨래는 당연히 남편의 일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4위는 다림질. 모두 4명의 대답이었고 이외에도 밥짓기나 설거지 등의 답변을 들려 준 남편이 4명으로 이들은 기타 의견으로 묶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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