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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①/부부 재산권 소유 문제의 현주소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①/부부 재산권 소유 문제의 현주소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7.0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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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남편의 수입은 오직 남편만의 것?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라는 말로 부부의 재산권을 논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는가. '남녀 평등은 서로의 경제적 독립을 바탕으로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최근 주부의 재산 증식 노력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재산권을 둘러싼 부부간의 문제, 현행 법제상의 문제를 알아본다.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①/부부 재산권 소유 문제의 현주소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①/부부 재산권 소유 문제의 현주소

 

만약 우리네 부모 세대에게 '남편의 재산과 아내의 재산에 대해 논하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아마 십중팔구는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라는 말을 앞세울 것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자'고 언약한 부부, 일심동체여야 할 부부사이에서 내것 네것 가리는 자체부터가 몹쓸짓이라는 꾸중의 답변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요즈음 젊은 세대에게 던진다면 그 양상은 정반대이다. '애정과 경제권은 별개의 것'이며 '남녀평등은 서로의 경제적 독립을 바탕으로 한다'는 논리정연한 답변들이 나오지 않을까. 

지난 해 고려대학교 학생회가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 뒤 재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겠다'는 답이 전체 남녀 대학생의 77%를 차지해 미래의 젊은 부부 세대가 어떤 경제 관념을 갖느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재산을 공동 명의로 등기하는 추세가 늘어났다든가, 공식적으로 소유권을 명기하지는 않지만 각자 수입의 일부를 공동생활비로 내놓는 독립재산제로 생활을 꾸려가는 젊은 부부들도 많아졌다. 또한 취업 주부가 아닌 전업주부의 경우도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당연히 자기 몫의 경제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은 것이 요즈음의 변화된 모습들이다. 

이른바 함께 가정을 일구면서 나름대로의 경제권을 인정하는 속에서라야만 진정으로 평등한 부부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는 허상 때문에 모든 재산을 남편 명의로 해 둔 아내들이 겪은 비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부부가 일평생 평탄하게 살아간다면 별 문제이지만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때 번번이 묵살되는 건 쌈지 돈 즉, 아내의 재산권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취업해 돈을 벌 기회는 적고, 가정에서 알뜰히 살림을 꾸려 재산을 일구는데 한몫을 한 '기여도'는 인정되지 않아 남편 재산을 조금 떼어 받거나 상속을 받는다 해도 증여세다, 상속세다 해서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혼 후 생계가 막연해 참고 지낸다'거나 '결혼 생활 십여 년간 월급 안 받는 가정부 노릇만 하고 알거지로 쫓겨났다'는 하소연들은 이혼법정 주변을 서성이는 아내들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91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가족법에 '부부의 공동생활비용은 공동부담으로 한다'든가 '부부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는 등 앞으로 우리 사회도 실질적인 '부부재산 공유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얼마 전 주부의 재산 증식 노력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가 계, 부동산 투자 등으로 재산을 불린 노력을 인정한 것.

지난 10월24일 대법원 민사2부 김모(47)씨가 부인 윤모(44)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아내가 남편의 수입을 바탕으로 재산을 늘렸다 하더라도 그 재산은 부부 공동 소유로 봐야 한다'며 운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민사지법에 되돌려 보냈다. 

남편 김씨는 지난 85년 12월 경기도 안산시 부곡동 80여평의 땅을 사서 부인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두었으나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니 명의를 바꿔달라며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이겼으나 2심에서 졌다. 반면 부인 윤씨의 입장은 결혼할 때 친정에서 가져온 돈, 남편이 해외근무하며 보내온 돈을 계, 부동산투자 등으로 늘려 땅을 샀으므로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부중 어느 한 쪽이 혼인생활 중 지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명의자의 재산으로 추정되지만 이 사건은 부인 윤씨가 남편과 18년동안 결혼하면서 여러 차례 부동산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는 등 재산을 증식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부동산 매입자금의 일부를 남편이 댔다 하더라도 그 재산은 남편의 수입과 부인의 재산증식 노력이 합쳐져 이뤄진 것이므로 공동 소유로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을 보는 여성계, 법조계의 시각은 91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가족법에 신설된 부부간의 재산분할청구권 취지를 살린 점,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업주부의 재산증식노력(기여도)을 인정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물론 순수한 가사관리의 노력이 아니라 부동산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 노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마땅치 않은 점도 있으나 전업주부의 재산증식 기여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록 가사노동 측면에서 아내의 기여도를 인정해 재산공동 소유를 인정한 건 아니지만 이런 판례가 계속 나오다 보면 주부의 가사노동 대가도 정당하게 평가받을 날이 오리라고 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차명희 부소장은 무엇보다 개정가족법 시행을 앞두고 주부의 기여도를 인정한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아내들이 온당한 재산권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법은 물론 불합리한 세법체계가 하루 빨리 개정되어야만 실질적인 권리를 찾게 된다.Q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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