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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③/부부 평등 이념을 무시하는 '부부 별산제'의 문제점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③/부부 평등 이념을 무시하는 '부부 별산제'의 문제점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7.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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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부부 별산제

남편에게는 최고의 법, 아내에게는 최악의 법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칙으로 정해 두고 있는 부부 별산제는 부부 각자의 재산을 인정하면서, 소유가 분명치 않은 재산은 부부 공동의 것으로 한다는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법이 적용되는 상황을 보면 불합리한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다. 아내들에게는 부당한 법으로 적용되고 있는 부부 별산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③/부부 평등 이념을 무시하는 '부부 별산제'의 문제점
1990년 12월호 -Queen 문제 제기 특집③/부부 평등 이념을 무시하는 '부부 별산제'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 가족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결혼전 부부 각자가 가지고 있던 재산(고유재산)은 당연히 각지의 몫이며 결혼생활동안 자기의 명의 로 취득한 재산(특유재산) 역시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부 누구이ㅔ게 속한 것인지 분명치 않은 살림살이 등의 재산은 부부 공동의 것으로 한다.

물론 결혼 전 각자가 벌어 모은 재산,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 등은 각자의 것에 속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결혼생활중 한 사람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부평등 이념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 

우리 실정에 비추어 본다면 대개 남편명의로 모든 재산을 등록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다. 따라서 설혹 아내가 혼자 벌거나 맞벌이로 재산을 늘린다해도 남편 명의로 재산을 등록했다면 아내는 그 재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남편이 벌어들인 재산을 아내 명의로 등록하면 남편이 아내에게 증여하거나 신탁한 것으로 보고 남편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래저래 부부재산은 대부분 남편 것으로 결론이 나기 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 87년 갤럽에서 실시한 '주부명의 재산싩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부 재산(공동명의 포함)은 예금 통장 28.4%, 보험 9.7%, 토지 · 주택 4.9%, 신용카드 2.1%, 주식 · 채권 1.1% 등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여성에게 불리한 '별산제'는 이혼의 위기에 이르러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빚어낸다. 대부분의 이혼 여성들은 남편의 처분대로 약간의 위자료를 받을 뿐 자기몫의 재산을 가져올 수 있는 방도가 거의 없다. 결국 백년해로를 염두에 두고 함께 가정을 일궈내도 갈라설 때 아내의 공은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다. 

바로 이같은 문제 때문에 30여년만에 개정된 가족법에 부부 재산 분할청구권이 신설되어 법적 해결책이 마련되긴 했지만 '기여도'에 따라 분배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기여도라는 부분이 무척 모호하게 작용할 것같습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판사가 기여도를 판단내려야 하는데 가사노동의 가치가 객관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부의 기여도를 얼마만큼 인정할지는 미지수라고 봐야겠지요."

차명희부소장은 우선 가사노동의 대가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부의 집안일에 대한 대가

가정주부가 부부 공동의 재산을 모으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 가사노동을 돈으로 계산하녀는 움직임이 80년대에 들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 조사에서 주부 스스로 자신의 집안일값을 매긴바에 따르면 월 37 ~ 70만원까지 큰 차이가 드러났다. 이는 가족수나 가족연령, 집의 형태, 수입 등등 갖가지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변수가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지만 하루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은 최소 6시간에서 최대 14시간 이상이 된다고 나타났다.

그런데 주부가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세분해 보면 8천종이 넘는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집안일은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으로 이어진다. 현재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값을 계산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쓰여지고 있다. 

첫째, 주부의 집안일을 하나하나 그에 맞는 전문가와 견주어 비교하는 것이다. 식사준비는 요리사, 청소는 청소원, 자녀양육은 유치원 교사의 봉급 식으로 산출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주부의 집안일을 그만 두고 대신 바깥에서 직업을 가질 때 그 임금의 기준으로 집안일을 평가하는 것이다.

셋째는 남편이 가족 부양을 어느 수준으로 하느냐에 맞춰 주부의 일을 평가하는 것으로 남편의 소득이 높으면 주부의 집안일 값도 높게 매긴다는 것이다. 

물런 이런 방법들은 제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모든 것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계산해내야 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종일 쓸고 닦고 가족들 시중에 신경을 써도 그저 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오던 주부의 집안일을 이미 '가사노동'으로 부르기 시작한 만큼 그 가치는 반드시 경제적인 가치로 계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세법에 있어서도 아내에게 불리한 증여세 · 상속세가 계속 아내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남편이 사망한 경우 재산상속을 하게 될 때 아내는 그 재산을 함께 모았다고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로소득으로 해석되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또한 남편명의로 된 재산을 아내의 것으로 할 경우에도 남편의 것을 아내에게 준 것으로 해석되어 증여세를 물러야 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함께 살면서 아내는 노동하지 않고 '놀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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