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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내 아버지의 소나무'
김도형의 풍경 '내 아버지의 소나무'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6.25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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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아산,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요즘 소나무를 소재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어서 전국의 소나무를 검색하던 차에 아산 봉곡사의 소나무 숲길이 괜찮아 보여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천년의 숲' 이라 불리는 약 700미터의 숲길은 산림청의 '아름다운 거리숲' 중의 하나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숲길의 초입에서 만난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하나 같이 밑둥에 어른 얼굴 크기로 패인 흉터가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조금 더 위쪽에 있던 입간판에 적힌 글을 읽어보니 일제 강점기에 전쟁중이던 일본이 물자가 부족하자 연료로 쓰려고 인근 주민에게 송진 채취를 강제하여 생긴 상처라는 것이었다.

내 아버지는 1943년 강제징용 되어 갓 결혼한 아내를 두고 화태(사할린)로 끌려갔다가 해방이 되어 돌아왔다.

내가 어린 시절 식구들이 밥을 먹을때 아버지는 간혹 수저질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콩깻묵으로 연명하던 징용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나는 지금도 콩깻묵이 무엇인지 모른다. 검색해 보니 '콩기름을 짜낸 찌꺼기', '탈지대두 중 비료용으로 쓰이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민족의 수난시대에 함께 상처를 입은 내 아버지와 봉곡사의 소나무.

아버지는 징용의 트라우마를 안은채 여생을 보내다 삼 십년 전에 돌아 가시고 봉곡사 소나무들은 도려내어진 상처가 선명한 채로 아직 그 자리에 서있다.

그 중 한그루를 내 아버지의 소나무라 정하고 길을 내려왔다.

초여름의 하늘에 이따금 뭉게구름이 지나갔다.

가을쯤에 다시 한 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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