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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PEOPLE/대전 교도소 교화위원 강석붕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PEOPLE/대전 교도소 교화위원 강석붕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7.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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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남파간첩들과 형님 아우하는 사이죠"

치과의사인 강석붕(58)씨는 대전교도소 교화위원으로 20년 이상의 징역을 살고 있는 남파간첩들에게 인정과 인술을 베풀고 있다. 그가 교도소의 의무실에 나타나는 날에는 수형자들이 앞다투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그가 이데올로기를 떠나 동포애로 수형자들을 만나는 인간시대의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1990년 12월호 -PEOPLE/대전 교도소 교화위원 강석붕
1990년 12월호 -PEOPLE/대전 교도소 교화위원 강석붕

 

대남공작요원으로 수차례 남파되었닥 지난 70년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받고 18년만에 대전교도소에서 출감한 김진계씨(72 · 강원도)가 자신의 인생역정을 엮은 수기집 '조국'을 발간했는데, 그는 이 글에서 수감된 간첩들에게 인정과 인술을 베푼 한 치과의사에 대해 사심없이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치과의사가 바로 대전에서 강치과의원을 하고 있는 강석붕원장이다. 그는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치대를 졸업한 후 줄곧 고향을 지키며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그런 활동 중의 하나가 대전교도소 교화위원으로서 15년 남짓 일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교화활동은 단순한 카운셀링을 벗어나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수형자들에게 사재를 털어 도움을 주기까지 한다.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보통 20년 이상의 징역을 살고 있는 공안사범, 즉 남파된 간첩으로서 약 60명 가량 되는데 모두 0.75평의 독방을 쓰고 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굳이 알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라며 인터뷰를 사양하는 그를 따라 대전교도소로 찾아갔다. 그는 매주 한번씩 이곳을 방문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의 치과의원은 문을 닫는다.

흰벽과 철장이 시야에 가득차는 교도소 안에서 몇개의 철장문을 지나 그가 수형자들과 만나는 의무실로 들어갔다. 들어서기가 무섭게 푸른 죄수복의 수형자들이 그에게 우르르 몰려왔다. 모두 빨간 명찰번호를 단 공안사범이었다.

간첩이라고 하면 흔히 흉악범보다 더 무섭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음산하고 찌든 표정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첫인상으로는 나이에 비해 젋어 보였고 많이 완화된 이북 사투리가 순박하게 들렸다.

그들 중 한 명이 강석붕씨와 악수를 하더니 "원장님, 딸 결혼식 치뤘다면서요. 이거 가보지도 못해 죄송합네다"라고 했다. 그러자 강씨는 "허허 참 형님이 어떻게 결혼식에 참석해요? 말만 들어도 고마워요. 그래 감기는 좀 나았어요" "아직 그저 그런데···"라며 그 수형자는 아픈 시늉을 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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