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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갈등, 미국기업도 타격 ··· 양국 선거 앞두고 안 물러설 듯
한일 무역갈등, 미국기업도 타격 ··· 양국 선거 앞두고 안 물러설 듯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7.0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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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일 무역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애플 아이폰과 델 노트북 등 미국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한국에 취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애플 아이폰과 델 노트북 등 미국 기업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물질이 다양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제조에 쓰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자국 기업이 △TV·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용 감광제 포토 레지스트 △반도체 세척용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매번 개별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통신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각각 16조원, 1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점을 언급하면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이 두 기업이 바삐 대안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일환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반도체 제조사 및 대형 은행들을 만날 예정이다. 소재별 재고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삼성전자는 소재별로 평균 한 달치의 분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운이 좋다면 반도체 업계는 재고를 조절할 수 있고, 그 사이에 일본 문제가 해결되면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정치와 경제 문제가 서로 얽히면서 해법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이전까진 '포괄 허가' 제도를 통해 한국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첨단소재 수출 신청 및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개별 허가' 제도로 바뀌면서 당국의 수출 심사에만 건당 90일가량의 시일이 걸리게 됐다. CNBC에 따르면 스콧 시먼 유라시아그룹 아시아 담당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포괄 허가는 원칙적으로 3년간의 선적분을 커버할 수 있는 반면, 개별 허가 신청으로는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잠재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이 각각 총선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먼 이사는 "양국 정부는 적어도 수개월간 보복 조치를 교환하면서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먼 이사는 한일 양국 정상들이 각자의 정치적인 이유로 대립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아베 총리는 오는 21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약해보이지 않을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물러나길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갈등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한 마디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은 일본처럼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라도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쓰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본의 결정이 대규모 무역 흐름의 붕괴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미 기업과 투자자들에겐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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