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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문화재청 소유”…배익기 “10분의1 받아야”
대법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문화재청 소유”…배익기 “10분의1 받아야”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7.15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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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배익기씨가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문화재청 소유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이에 정부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소재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반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고서적 수입판매상 배씨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문화재청의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건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는지 여부를 두고 민사 판결과 형사 판결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쟁점이 됐다.

배씨는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서 고서적을 판매하는 조모씨로부터 고서 2상자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까지 몰래 끼워넣는 방식으로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고서를 구입하면서 몰래 갖고 가는 방법으로 상주본을 훔쳤으니 반환하라"며 민사 소송을 냈고 2011년 5월 조씨의 승소가 확정됐다. 조씨는 2012년 5월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다.

배씨는 2012년 2월 상주본 절도 혐의의 형사재판 1심에서는 징역 10년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2016년 12월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요구했다. 배씨는 "절도 혐의 무죄가 확정됐으므로 상주본 소유권은 내게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배씨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무죄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절도 혐의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사판결의 효력을 배제하려면 재심을 청구해 (반환 요구) 취소를 구하는 게 원칙"이라며 "민사판결에서 인용된 '절취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형사판결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심 재판부도 "배씨의 무죄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날 "배씨의 상고 이유가 법에서 정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조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정부의 승소를 확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문화재청은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배씨만이 상주본의 소재를 알고 있어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반환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배익기씨가 소유하고 있는 상주본은 1조원 가치가 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또다른 원본이다. 2008년 배씨가 상주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이후 고서적 판매상인 조모씨가 “자신에게서 상주본을 훔쳐갔다”며 민사소송을 내 승소한 뒤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조씨는 약속한 뒤 숨졌고 배씨는 절도 혐의와 관련 형사소송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배씨는 추정가치가 1조원에 이르므로 10분의 1 수준인 1천억 원 정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배씨는 2008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를 공개했지만 이후 소장 장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2015년 배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땐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하면서 보관 상태에 대한 우려도 크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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