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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노인과 바다'
김도형의 풍경 '노인과 바다'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7.16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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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오랜만에 고향 바다를 찾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향집에서 차로 이십 분 정도 거리의 경남 고성군 동해면 앞바다이다.

지난해 하절기 동안 바다사진에 심취해 전국의 바다를 떠돌았는데 해뜨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위 사진에 보이는 동해면 앞바다 였고 해지고 나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인천 용유도 선녀바위 앞바다 였다.

석양의 바다가 아름다우려면 수평선이 보이는 것보다 그 수평선 자리에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것이 좋다.

대학 겨울방학때 고향에 머무르는 두 어달 동안 나는 사진에 보이는 바다에서 뱃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뱃일이라 해봐야 양식 새끼꼬막이 달린 그물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일이었는데 그 그물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고생을 했다.

하루는 작업을 마칠 즈음에 정말 한치 앞, 그러니까 바로 옆 사람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노련한 선주도 방향감각을 잃고 안개속의 바다를 떠돌았는데 이러다 다른 배나 섬과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갑판에 드러눕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시간이 끝나갈 무렵 안개는 서서히 물러갔고 그제서야 주위의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해 한숨을 돌렸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든 흰 구렛나루 수염이 난 할아버지 한 분과 한 팀으로 일했는데 그 분은 도통 말이 없고 작업 내내 묵묵히 일만 하셨다.

그런데 안개속을 헤매다 돌아오는 그날 소주를 마시며 내게 딱 두마디 말씀을 하셨다.

"너도 한 잔 하려면 해라" "배에서는 술 강권하지는 않는다"

삼 십년도 더 흘렀으니 그 배의 선주도, "배에서는 술 강권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긴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않은 것은 저 찬란한 아침 석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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