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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구직자, 연봉보다 '근로시간·직장위치·조직문화' 중시
청년구직자, 연봉보다 '근로시간·직장위치·조직문화' 중시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7.22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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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사이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청년구직자나 재직자 모두 연봉보다 근로시간·직장위치·조직문화를 더 중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금과 회사 비전을 우선하던 과거와 달리 덜 벌어도 개인 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일하는 삶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본회에서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 제정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은 분석이 담긴 '직장 선택시 고려 요소 및 요소별 중요도' 연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과 재직자의 눈높이에 맞춘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144곳과 1356개의 일자리도 소개됐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9월까지 선정을 완료하고 최종 기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12일 청년 눈높이에 맞는 스마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출범한 '청년 스마트 일자리 프로젝트' 팀과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는 일자리를 고를 때 근로장소(31.63점)를 급여수준(31.43점)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의 성장성(16.1점)보다는 안정성(20.7점)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임금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경향은 재직자 집단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재직자의 경우 근로시간(38점)이 급여수준(33.3점)보다 무려 5%포인트나 앞섰다. 3순위로는 조직문화(28.6점)가 꼽혔다. 구직자와 재직자 모두 돈보다는 개인의 여가와 편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유 교수는 "구직자가 임금보다 근로장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였다"며 "준거 장소(거주지) 기준 1시간 내에 위치하는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청년 구직자가 취업 활동에서도 개인의 삶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와 유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회사와 일자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건강한 회사가 되는 법'을 제시해 자발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기중앙회가 제시한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안)'에 따르면 제조산업 대졸 사무직 기준 신입사원 적정 연봉은 2800만원 선으로 정해졌다. 대기업보다 다소 낮은 초봉이지만 △야근 없는 주40시간 근로시간 △조화로운 조직문화 △준거장소 기준 1시간 내 위치하는 직장 △높은 고용안정성과 산업성장성 등 사내복지와 근무환경은 청년·재직자 눈높이에 맞게 다소 까다롭게 설정됐다.

중기중앙회는 연구 결과와 일자리 가이드에서 도출한 '일자리 조건'을 토대로 '건강한 중소기업'을 발굴 중이다. 청년 구직자, 2년차 직장인, 중소기업 대표 등 계층별 관점과 선호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1차 후보기업 144곳을 선정했다.

1차 후보로 선정된 기업은 아크릴, 파이러츠, 고마노, 다노이지텍, PN풍년, 연두세상, 케이잡스, 한영산업, 한국화장품, 매일식품 등 144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올 연말까지 총 1356명의 신입사원 채용이 예정됐다.

통합 인공지능 개발기업 ㈜아크릴에는 직위가 없다. 서로 영문 호칭을 사용하며 격의없이 토론을 벌인다. 주 40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언제든 퇴근할 수 있다. 언제든지 사내 미니영화관이나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아크릴은 올해 총 32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기업 디자인스킨은 직원과 가족을 존중하는 사내문화로 유명하다. 매주 수요일에는 10시에 출근해 조기퇴근하고, 야근과 술 강권 문화를 없애기 위해 '오후 회식' 제도를 정착시켰다. 사옥에는 안마의자, 스타일러, 게임기, 스낵바를 설치해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보장한다. 디자인스킨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주시은씨는 "지난해 6개월간 휴직을 했다"며 "해외에 이민을 가 있는 가족이 그립다고 털어놨더니 회사에서 '가족을 만나고 오라'며 흔쾌히 휴직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뒷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회사 가치관이나 직원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점심시간도 1시간30분으로 길어서 여유로운 근무환경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9월까지 144개 후보기업에 대한 검증을 완료하고 최종 '건강한 일자리 기업' 명단과 채용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의 자발적인 근무환경·조직문화 개선을 끌어내기 위한 홍보활동도 이어진다. 우선 23일부터 SBS CNBC에서 구직자와 재직자의 시각으로 사내문화와 근무환경을 가감없이 그려낸 '잡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또 대학생 크리에이터 100명을 선발해 건강한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홍보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중기중앙회는 전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에서 시작해 '진짜 건강한 일자리의 조건'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는데 기존 연구와 차별점이 있다"며 "이를 위해 임금·근로시간부터 직장의 위치, 사내 문화를 계층별로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중소기업에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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