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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우먼파워/거리 교통질서의 첨병, 불법 주정차 단속요원인 20대 여성들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우먼파워/거리 교통질서의 첨병, 불법 주정차 단속요원인 20대 여성들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8.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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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이미용 · 주은경

"불법 운전자들 벌벌벌, 우먼파워로 딱지 뗍니다"

지난 9월 서울시에서 공채. 거리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11월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불법 주정차 단속 요원들. 25세 미만의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이들 3백65명이 거리 거리를 누비며 가차없이 딱지를 떼고 있다. 그중 구로구에서 활동중인 2명을 만나 활동 한 달의 애환을 들어보았다.

1990년 12월호 -우먼파워/거리 교통질서의 첨병, 불법 주정차 단속요원인 20대 여성들
1990년 12월호 -우먼파워/거리 교통질서의 첨병, 불법 주정차 단속요원인 20대 여성들

 

"남들보다 아주 오래오래 잘 살거에요"

구로구 고척동에서 주차위반 차량에 스티카를 붙이느라 여념이 없던 이미용(23세) · 주은경(20세) 두 단속요원을 만났을 때 받은 첫인사다. 까닭인즉 불법 운전자들로부터 하도 많이 욕을 얻어 먹어서라고. 그 한 마디에서 이들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취재 중에도 여러 건의 '시비'를 목격할 수 있었다. 불법으로 주정차를 하고 있던 사람들의 전부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주 잠깐' 차를 세워놓았을 뿐이라고 통사정을 해댔다. 

그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조목조목 '도로교통법'을 지적하며 가차없이 스티카를 붙이는 순간 아저씨들의 입에선 거침없이 욕설과 상소리들이 튀어 나온다. 그래도 단속요원들은 당차게 대꾸하고는 자리를 뜬다. 아마도 다은 상황에서 저런 욕설을 들었으면 금방 눈물이 핑 돌 듯한, 채 애티가 가시지 않은 그들임에도 이순간 강한 직업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제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을 때는 쑥스럽기도 했어요.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도 됐구요. 그렇지만 이젠 자신있어요. 우리 때문에 거리가 깨끗해졌다며 칭찬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구요"

이미용씨는 비서로 일하다 전직한 케이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 모집 원서를 냈던 것이 합격까지 이르게 됐고 현재의 생활이 지극히 만족스럽다. 햇볕을 받으며 일해야 하기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진다는 단점 외에는 모든 것이 좋다는 그는 지극히 여자다운 여자.

주은경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이 첫 직장인셈. 화물차를 운전하는 젊은 남자 기사들이 투박한 말투로 실랑이를 걸어올 때 속으로 점 겁나고 무서운, 이제 겨우 스무살의 아가씨다. 그래도 겉으로 그런 내색은 전혀 않는다. 처음으로 해보는 사회 경험이므로 모든게 생소하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하는 멋진 교통 요원이 되고 싶단다. 

버스 기사들이 이들의 활동을 가장 고마워해

공채된 3백65명은 서울시 각 구청별로 발령을 받았다. 이들이 일하고 있는 구로구청에는 모두 12명의 단속요원이 있어 2인1조로 구역을 정해 업무에 나선다. 

구로구에서도 교통량이 많아 혼잡한 곳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처음엔 멋모르고 불법 주정차를 해대던 이들이 지금은 요령껏 대처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이들이 위반 차량을 발견하고 다가가면 어느새 운전자가 나와 차를 몰고 가버린다. 가는 차를 뒤쫒아 가며 딱지를 뗄 수 없는 노릇. 다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어느 새 제자리로 돌아와 또 불법 주차를 하고 있어서 마치 숨박꼭질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우리가 너무 융통성 없이 원리원칙대로 단속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속상하구요. 그래도 수고한다며,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는 상가 주인들을 만나면 고맙고 그래요"

특히 버스 운전기사들이 제일 좋아해서 만날 때마다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준다. 어떤 버스 기사는 단속요원들의 활동 이후 운행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까지도 줄어 들었다며 고마움을 전해오기도 한다. 

"원래 남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막상 현장에 부딪히고 보니 말이 잘 나오는 거예요. 이런 게 직업의식이란 건가 봐요"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아직 서투르다고 생각은 되지만 어느덧 몸에 밴 직업정신은 자신들을 언제나 긴장시킨다며 웃는다.

요즘은 특별 단속기간이라 아침 9시에서 오후5시까지의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 연장 근무를 한다. 하루 내내 밖에서 일해야 하고 단속을 위해 정해진 구역을 계속 걸어서 순찰해야 하므로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혀 그런 기색없이 환하게 웃고 다니는 이들의 모습에서 거리 교통질서의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Q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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