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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치콜과 회콜'
김도형의 풍경 '치콜과 회콜'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8.14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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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남해,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남해,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일은 지난 달 25일 벌어졌다.

점심 먹으며 곁들여 마시기 시작한 막걸리가 저녁까지 폭음으로 이어졌는데 그 날 오후 두 시경 부터의 기억이 사라졌다.

소위 말해 그 시간 부터 필름이 끊어진 것이다.

많은 술을 마셨지만 집에 들어가 자고 다음 날 출근 했다면 뭐가 큰 문제겠냐 마는 문제는 출근한 그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려 십 여명의 친구와 지인들로 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한 내용은 다 똑같았다.

"너 어제 밤에 전화해서 횡설수설 하던데 무슨 일 있냐?" 였다.

아 그제서야 내 고질병인 '취해서 전화와 문자' 하는 증세가 지난밤에 도졌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그러니까 지난 달 26일 부터 비상한 각오로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작심삼일의 그 삼일이 지나고 서도 술생각이 나지 않은걸 보면 내 결심의 강도가 그만큼 컷던것 같다.

그런데 위기는 오일 정도 지난후에 찾아왔다.

슬슬 술생각이 나던차에 친구가 치맥을 한 잔 하자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인데 날도 덥고하니 맥주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나는 콜라를 시켰다.

친구가 치킨집에 와서 무슨 콜라냐 하기에 내 결심의 계기를 간단히 설명하고 치킨과 콜라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맥주를 마시는 친구 앞에서 콜라를 마셔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술집에 가서 꼭 술을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날이었고 앞으로는 콜라가 내 술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폭염의 날씨에 촬영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서울 집에서 가까운 강화도로 가서 선두리 포구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부산에 사는 친구 전화가 왔다.

나 보고 어디냐고 해서 강화도라 했더니 자기도 휴가 차 강화도로 오고 있다고 했다.

왜 휴가지를 이 먼 강화도로 정했냐고 물으니 대한민국 동남쪽 끝 도시 부산에서 서북쪽 끝인 강화도로 가보고 싶어서 였다고 했다.

내가 그 날 그 많은 출사지 중에서 하필 강화도로 촬영을 왔으며 부산에 사는 친구가 왜 하필 그 많은 유명 휴가지 중에 강화도로 오고 있는지 우연 치고는 희한했다.

전화 통화 후 두 어 시간만에 친구는 강화에 도착했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포구의 횟집으로 갔다.

모듬회를 시켜 놓고 친구에게 술을 한 잔 하겠냐고 물었더니 같이 온 와이프가 운전을 못하고 하니 그냥 음료수나 마시자고 했다.

어차피 나도 술을 마시지 않기로 작정한 터라 잘됐다 싶어 콜라를 두 병 시켰다.

자갈치의 고장 부산에서 온 친구마저 강화의 회가 맛있다고 칭찬을 했는데 그 회를 앞에 두고 소맥이 아닌 콜라를 마시자니 좀 어설프긴 했지만 지난 치킨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 크게 술이 아쉽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바다 건너 용유도 삼목 선착장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한 뒤 친구는 석모도를 둘러보러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제 부터는 치킨집에 가나 횟집에 가나 치콜과 회콜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취해서 아무에게나 전화나 문자를 해대고 다음 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종일 숙취에 시달리는 고질병 에서 이제야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에 경남 남해에서 찍은 석양의 바다다.

가을무렵의 바다라 노을색감이 참 예쁘다.

가까이 있는 갯바위와 멀리에 있는 섬이 닮아 있다.

처서가 다가온다.

벌써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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