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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설경 한일전'
김도형의 풍경 '설경 한일전'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8.15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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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평창,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평창,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한국에서 열렸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전시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사진은 설경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의 비에이 라는 곳에서 찍은 그 설경을 보며 나도 한 번 가서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이미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 였다.

겨울에는 설경이, 여름에는 라벤다 꽃의 물결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사진작가인 나의 마음을 끌었지만 문득 일본이 벌인 태평양 전쟁 당시 징용을 다녀온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콩깻묵으로 연명하며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고국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한이 서린 '사할린'이 홋카이도 바로 위에 있는데 아들이 거기에서 풍경에 취해 사진이나 찍고 있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끝내 그 설경이 눈 앞에 아른거려 갈까 말까 고민했다.

최종적인 결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비에이를 가면 촬영할 때 어떤 차편을 이용하고 숙박은 어디서 해야 하는지 검색해 보는데 마침 사진작가들을 대상으로 오로지 비에이의 촬영만을 위한 패키지 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전화를 해보았다.

비에이의 설경촬영은 보통 2월 정도에 가는데 그 때 출발이 확정된 팀이 이미 꾸려졌지만 나 한 사람 정도는 더 추가할 수 있다고 해서 아직 결정을 못했으니 좀 기다려 달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던 중 일본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한다는 발표를 했고 우리 국민들은 '일본 여행 안가기' 와 '일본 상품 안사기' 등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홋카이도는 무슨 홋카이도, 깨끗이 포기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때 나는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보며 잠시 더위를 식히라는 의미에서 설경사진을 올리고 있다.

외장하드를 열어 피드에 올릴 마땅한 사진을 찾고 있는데 평창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골라 포토샵 작업을 하던 중에 생각해 보니 그 사진이 지난 해 3월 1일, 그러니까 2018년 삼일절에 촬영된 사진이었다.

홋카이도에 설경사진을 찍으러 갈까 말까 하다가 안가기로 결정한 직후에 쓰려고 찾아낸 사진이 하필 '삼일절'에 찍힌 사진이라니!

재작년 겨울에는 강원도에 조차 눈이 거의 안와서 설경촬영을 못하고 맥이 빠져 있는데 다음 해인 작년 2월 29일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

다음 날 삼일절 새벽에 평창에 도착해 보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

눈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쌓여있고 날씨마저 쾌청하고 거기에 강풍까지 불어 눈가루가 환상적으로 날리는 사진까지 담을 수 있었다.

진부에서 월정사로, 월정사에서 상원사 계곡으로, 다시 횡계로, 그리고 대관령 삼양목장 으로 마치 탐욕스럽게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 처럼 설원을 누볐다.

아니할 말로 그 날 오전에 찍은 설경만으로도 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전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강원도 평창의 설경도 홋카이도 비에이 설경 못지않다.

이 참에 한일전 축구처럼 제3국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해서 어느 곳의 설경이 더 멋진지를 가리는 '설경 한일전' 을 한 번 제안해 볼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2019년 광복절 날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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