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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저문강에 삽을 씻고'
김도형의 풍경 '저문강에 삽을 씻고'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8.26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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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실미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실미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오랜만에 무의도로 촬영을 갔다.

휴대폰 물때앱으로 물때를 확인하지 않고 갔는데 썰물이 져 있었다.

무의도 에서 돌다리 몇 개를 건너 실미도로 갔다.

해변의 가장자리에는 고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이 드러나서 30초의 장타임(Long Exposure) 노출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그 때가 밀물로 바뀌는 시간이었는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실미도에서 노을을 찍으려면 바다쪽으로 가야 해서 장화를 신고 갯뻘로 걸어 들어갔다.

바다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발이 깊이 빠져서 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로프를 지지한 막대와 구름이 사진 구도상 어울리는 곳까지 어렵게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몇 커트 더 찍고 싶었지만 물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발에 쥐라도 나면 큰일이라 미련을 버리고 뻘을 빠져 나왔다.

나와보니 장화와 삼각대에 온통 뻘이 묻어 있어 무의도와 실미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에 씻었다.

해거름의 시간에 삼각대와 장화를 씻는데 문득 정희성 시인의 '저문강에 삽을 씻고' 라는 시가 생각났다.

시의 주인공은 일을 끝내고 흐르는 강물에 삽을 씻고, 나는 촬영을 끝내고 장화와 삼각대를 씻는 상황이 어쩐지 매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 시를 여기에 옮겨 본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일이 끝나 저물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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