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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톰슨 美 링링대학교 총장 “창의력은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나온다”
래리 톰슨 美 링링대학교 총장 “창의력은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나온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8.2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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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애니메이션’ 미국대학 1,2위 랭크
래리 톰슨 美 링링대학교 총장
래리 톰슨 美 링링대학교 총장


링링대학교는 비영리 사립 아트스쿨이다. 미국에서 예술 교육을 위한 테크놀로지 시설이 가장 잘 돼 있는 1위 대학으로 손꼽힌다. 예술·디자인 경영, 컴퓨터 애니메이션, 문예창작, 영화, 파인 아트,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가르친다. 특히 컴퓨터 애니메이션 과는 미국 대학 중 1~2위에 랭크돼 있다. 래리 톰슨은 이 학교를 20년간 성공적으로 끌고 온 총장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예술교육가로서 지닌 창의교육 철학과 리더십의 비결에 대해 들었다.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500개 회사의 CEO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IBM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장래 기업과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창의력’이라고 답했다.

링링대학교 학생들은 마블, CNN, 아마존, 넷플릭스, 디즈니, 픽사, 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유독 창의력을 높이 사는 글로벌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모두 학교에서 배운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인재 중의 인재다. 무엇보다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아트스쿨의 총장인 래리 톰슨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장 강조하고 있을까?

실패해도 괜찮아

우선 아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주효하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연 아이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제공하고, 어떠한 순간에도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즉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편안한 바운더리를 넘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데 집중하라는 뜻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는 일이 항상 성공적일 수 없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실패해도 괜찮아.’ 제가 늘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학교 안에서 실패를 감수하도록 도와주는 교육방법 중 하나가 크리틱(critic) 프로세스다. 학생들을 한데 불러 모아 각자의 작품을 다른 친구들에게 평가받을 기회를 주는 교육법이다. 서로 상처 주지 않는 선에서 열린 마음으로 날카로운 평가들이 오간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창의력은 수많은 답을 찾아내고, 그 수많은 답을 다 실험해보는 데 근본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열린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간을 환영하는 분위기에요.”
이렇게 훌륭한 예술교육이 만든 성과가 바로 ‘패트릭 오스본’ 감독이다. 링링대학교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패트릭 오스본 감독은 2015년 <피스트> 작품으로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창의력은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나온다"
"창의력은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나온다"


일상 속 창의력 훈련법

창의력은 이제 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농업 등 1차 산업부터 공업, 기계, 컴퓨터, 서비스 산업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력을 적용하지 않고 발전 가능성을 기획하거나 예견하는 산업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우뇌를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이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그는 “모든 인간은 본래 창의력을 타고났다”고 답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뇌 능력이 퇴화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자기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라는 게 그의 팁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든지, 명상을 한번 시도해본다든지 자신의 루틴에 없어서 왠지 불편할 것 같은 일들을 해보면 바운더리가 넓어집니다. 조금씩 커지는 자기 한계 속에서 신박한 생각, 창의력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창의력도 근육처럼 훈련하다보면 단련된답니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부모

이를 자녀교육에 활용해보는 것도 매우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제외하곤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사지선다 문제는 필요치 않다. 대신 수많은 답을 강구할 수 있는 문제를 아이에게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아이들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잖아요.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가능한 어릴 때부터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세요. 자기가 실수하면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봐 망설이는 아이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요.”
이는 요즘 육아 이슈인 회복탄력성 개념과도 맥을 같이한다.

슬하에 아이 셋을 둔 래리 톰슨 총장도 자녀 교육에 있어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는 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가도록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부모더군요.”

그의 첫째 아이는 링링대를 졸업해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현재 비영리단체에서 사회봉사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 아이 또한 비영리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곧잘 자기 길을 찾아갔어요. 저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용기를 복돋워준 것밖엔 없습니다. 이따금 조언을 구하면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던져주면서요.”

아트스쿨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사실 그의 인생 또한 창의적인 삶의 연속이었다. 래리 톰슨 총장은 오히오주립대에서 법학박사를 받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변호사다. 미시간대학교와 오히오주립대에서 법학 교수로 재직한 적도 있다. 플린트 컬처 센터의 회장을 지내다 링링대 총장으로 왔으며, AICAD(Association of Independent Colleges of Art and Design) 회장을 역임, 지금도 집행부 이사로 활약 중이다. 이에 그는 스스로 ‘좌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뇌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저도 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누군가 새로운 재단을 설립해달라고 부탁을 해 왔을 때 망설이는 제게 아내가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이기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다독여줬어요. 평소 제가 대학에서 일할 때도 매우 복잡한 문제를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갔더랍니다.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문제 해결방법이 창의적이었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저도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에스트로처럼 학교 전체의 구성원들을 예술혼에 불타도록 지휘하고 있으니까요.”

훌륭한 리더란

20년간 링링대학교의 총장을 연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비영리 사립대학인 링링대학교의 총장은 매년 이사회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40여명의 무보수 명예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매년 그의 총장 재신임을 결정해왔다. 이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총장을 역임하는 동안 받은 상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두룩하다.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이 높이 평가받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20년 전 자신이 처음 링링대학교의 총장을 맡았을 때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당시 학교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교직원들이 그에게 ‘당신의 비전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모른다’였다. 그리고 도리어 그들에게 ‘당신들의 비전은 무엇이냐?’라고 되물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곳은 제 대학이 아니라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대학이니까요. 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 중요했지요. 첫 3년간은 포지션을 막론하고 교직원, 학생 심지어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에게도 비전에 대해 묻고 듣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비전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비서, 청소원들조차 저와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봅니다.”

어떠한 질문에도 진솔한 답을 내놓는 래리 톰슨 총장과의 인터뷰는 꽤 큰 울림으로 남았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링링대학교 제공  취재 협조 드림아이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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