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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랑을 말하다 의외로 쿨한 가수 린과 꼬치꼬치 묻고 답하기
서른 살, 사랑을 말하다 의외로 쿨한 가수 린과 꼬치꼬치 묻고 답하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2.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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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음악이 좋았던 어린 시절… 가사를 쓰고 난 뒤 가수로서 진짜를 발견했다”

“스물다섯 살 때 했던 사랑을 노랫말로 적고 서른 살의 감성으로 노래 부른다”

 

노래를 참 잘 부르는 사람이다. 가수 린 말이다. 2001년 ‘My First Confession’으로 데뷔한 후 ‘사랑했잖아’,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 등 사랑스러운 특유의 음색과 애절한 목소리, 공감 가는 노랫말로 발표하는 곡마다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스무 살에 데뷔한 그녀는 어느덧 서른 살이 되었고, 그간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 책 ‘러블린의 멜로디북’을 펴냈다.
린은 “6집 앨범 활동 속에서 쓴 책이라 나오기까지 꼬박 11개월이 걸렸다”며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작가로 데뷔한 소감을 묻자 부끄러운지 음료에 꼽혀 있는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첫 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책은 그녀가 써온 노랫말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20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고민과 생각, 그리고 작사한 노랫말 뒤에 숨겨진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그녀의 책을 꼼꼼히 읽은 후 여러 자료를 검색했다. 11년 차 가수가 될 동안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지만 그녀를 제대로 표현한 것은 많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가수 린의 진심을, 서른 살 이세진(본명)의 속내를.

가수를 꿈꿔본 적 없다
어린 시절 린은 무척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교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면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가방을 싸서 집에 온 적도 여러 번이다. 부모는 그런 린이 걱정돼 연기학원을 보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잠깐 다니긴 했지만 연기를 배우면서부터는 성격이 조금씩 활발해졌다. 일주일에 세 번, 학원이 있는 여의도로 가는 길이 어찌나 행복했던지 그 시간이 매일 기다려졌다. 그러나 친구를 사귀는 일은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음악에 집중한 나머지 학교에 빠진 적도 많다.
“음악을 듣고 싶은 날에는 학교에 안 갔어요. 부모님도 허락해주셨죠.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께 참 고마워요. 속으로는 속상했을 텐데도 많이 믿어주셨거든요. 부모님은 언제나 즐겁게 인생을 살라고 강조하셨어요.”
학교에 가지 않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지만 자신이 가수가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남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경험도 적다. 그런 그녀에게 처음 가수라는 길을 열어준 것은 작사·작곡을 가르쳐주는 한 학원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원래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사·작곡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다녔죠. 수업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선생님이 잘 봐주셔서 오디션 기회를 얻었어요. 하지만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꼭 붙어야 한다는 절실함도 없었죠. 가수가 되고 난 후 노래에 대한 욕심이 생긴 거지 처음부터 가수가 꿈은 아니었어요.”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된 그녀는 여러 오디션 끝에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자 보컬로서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주었다. 그러나 당시의 음악을 지금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 노래에 교만함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차 안에서 그때 부른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차마 끝까지 못 듣겠더군요. 쓸데없는 애드리브도 많고, 기교에만 신경 쓴 모습이었어요. 노래에도 여백의 미가 있는데 그때는 진짜를 몰랐던 것 같아요.”
‘진짜’를 알게 된 건 스스로 가사를 쓰고 난 후부터다. 그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담은 가사를 쓰고 몰입해서 노래를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들은 사람이 오롯이 그 가사를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고.

남자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가수에게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믿는 그녀의 노랫말에는 지금까지 했던 자신의 사랑 경험이 녹녹하게 어려 있다. 가사를 쓸 때 사전처럼 자주 들춰보는 건 자신의 일기장. 10년 넘게 꼬박 적어온 일기장에는 사랑했던 사람과 처음 통화했을 때의 기분, 처음 손을 잡았을 때 평범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스물다섯 살 때 만났던 사람이 제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요.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깊이 사랑했거든요. 네 살 연상이었고, 2∼3년 정도 사귀었어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왜 헤어졌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까 그 사람이 제 옆에 없었어요. 이별한 뒤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미안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그리워도 했죠. 그런데 얼마 전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슬펐죠. 다시 이뤄질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 물론 잠시 그러다가 말았지만요.”
사랑할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올인하는 그녀에게 이상형을 물으니 자신의 책 58페이지를 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런 사람이요”라고 답한다. “내 앞에서만큼은 자존심 세우지 않는 사람, 보고 싶으니 당장 나오라고 이미 집 앞에 와서 불러내는 추진력 있는 사람, 남들에겐 무뚝뚝하지만 나한테만 보여주는 애교가 세 가지쯤 있는 사람…”. 열아홉 가지 항목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런 사람이면 언제든 OK”라고 외친다. 첫 데이트할 때의 풋풋함과 오랜 연애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그녀. 남자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면서 농을 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요리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을 기획 중이에요. 요리학원도 다닐 생각이고요. 지금은 요리를 잘 못하지만 학원에 다니면 좀 나아지겠죠? 전 남편이 밖에서 먹는 음식보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어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직접 하고 싶어요. 아기 옷도 만들어주고 싶고요. 성실한 주부가 되는 게 꿈이에요(웃음).”

11년 차 가수지만 무대 공포증 심해
린은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집부터 6집까지 어느 앨범 하나 대중에게 주목받지 않은 게 없다. 가수로서 상승곡선을 유지해온 그녀에게도 힘든 시간은 존재한다. 가장 아픈 시간을 보냈던 건 2집 타이틀곡 ‘사랑했잖아’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많은 사랑을 받은 시기에 힘들었다니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사랑했잖아’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사랑해줘서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만큼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함부로 말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거리를 걸을 때도 많이 알아보고… 그때는 음악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부담스럽고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생각은 교만이었어요. 팬들이 없으면 제가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어요.”
린은 당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형 사실을 공개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연예인의 성형 고백이 솔직하고 당당해서 보기 좋다고 말하지만 당시에는 낯선 모습이었다. 인터넷에는 금세 ‘파격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수십 개의 기사가 났고 악성 댓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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