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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측도 프로젝트'
김도형의 풍경 '측도 프로젝트'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9.06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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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측도 옹진군,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측도 옹진군,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인스타그램에 이색적인 구조물이 있는 바다사진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니 인천 옹진군 선재도와 측도를 잇는 전신주가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것이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풍경이라 언젠가 한 번 가보리라 하다가 지난 토요일 새벽에 서울 집에서 출발하여 동이 트기도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

과연 열 개 가량의 전신주가 바다에 설치되어 있는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장화를 꺼내 신고 어둠속의 해변을 이리 저리 다니며 구도를 잡아보았다.

전신주들과 먼 곳의 발전소 굴뚝을 화면상에 잘 배치하면 멋진 사진이 될것 같아 설레기 까지 하였다.

잘찍으면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는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전 초대장에 쓸만한 사진이 나올듯도 했다.

드디어 날이 밝아오고 엷은 아침 노을이 동쪽하늘에 번지기 시작했을 때 삼십초의 롱타임 노출을 줘서 찍기 위해 삼각대를 트렁크에서 꺼냈는데 아뿔사! 카메라와 삼각대를 고정하는 꼭다리(플레이트)가 없는 것이었다.

그 손가락 마디 만한 꼭다리가 없으니 촬영이고 뭐고 그 이른 아침에 먼길을 달려온 것이 허사가 돼버렸다.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카메라 센서 청소를 맡겼을 때 수리센터 직원이 빼놓은 플레이트를 다른 가방에 넣어둔 것을 깜박하고 다시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허탕을 치고 돌아온 며칠 뒤 지방출장을 갔다가 서울 상암동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비가 서해안 고속도로로 안내를 해서 새벽부터 장거리 운전에 몹시 피곤했음에도 어차피 지나는 길이니 측도를 다시 가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내비를 다시 입력하고 달려갔다.

그 날은 비가 오락가락 해서 별 기대없이 한 번 더 가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갔는데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비구름이 걷혀가는 서쪽하늘에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노을이 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이 빠지면 선재도에서 측도로 들어가려고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떤 어르신은 본인이 평생 측도에서 살았어도 오늘 같은 노을은 처음 본다며 웬만한 노을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데 그날은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시며 연신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셨다.

게다가 그 순간 마치 요술처럼 전신주의 가로등에 불이 켜져 불빛이 바다에 반영되는 상황까지 연출되어 어둡기 전에 엄청 빠른 손놀림으로 앵글을 바꿔가며 촬영을 했다.

돌아와 작업해 보니 결과물도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성공적인 '측도 프로젝트' 였다.

'측도 프로젝트' 라는 타이틀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까지 몇 번이고 측도를 가리라는 생각이었는데 삼각대 플레이트가 없어 촬영을 못하고 돌아온 날을 포함해서 겨우 두 번째 방문에 이정도 사진을 건진 것은 행운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속담을 여기에 갖다 붙여도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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