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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만드는 작가 백희나 - 감성지수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만드는 작가 백희나 - 감성지수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2.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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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백희나 작가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소장하고싶고 볼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창작동화 ‘구름빵’의 저자로 말이다. 이 책은 동화책으로는 이례적으로 40만 부가 팔렸다. 2005년에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고 이듬해는 아시아 및 유럽으로 번역, 수출되었다. 현재는 3D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중이라고 하니 이쯤이면 2000년대 출간된 최고의 동화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에 출간된 그녀의 두 번째 창작동화 ‘달 샤베트’도 나오자마자 두 달 만에 2만부 가량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 동빙고동의 다세대 주택 2층. 크리스마스캐럴이 들려나오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니 그녀의 작업실이 있었다. 창가의 커다란 나무책상 위에는 동물 봉제인형과 천조각, 가위, 풀 등이 잔뜩 놓여 있었고 다른 한 구석에는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만 같은 ‘달 샤베트’의 공간이 됐던 아파트와 인형들이 있었다.

볼수록 매력 있는 책 고를 것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모두 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책값이나 수납이 부담스러워 꼭 필요한 책만 사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홍비와 세 살배기범준이의 엄마인 백희나 작가는 이러한 고민을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그녀가 자신의 책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과연나라면 이 책을 돈 주고 사볼까’이다. 그녀는 볼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깊이 생각한다. 거기에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 글의 분량을 최대한 줄이고 글이 생략한 내용을 그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그림과 글이 각각 독립적이어야지 글이 그림을 설명하면 안 돼요. 글과 그림이 만담하듯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 엄마도 그림을 설명하면서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죠. 또 책이 너무 무겁거나 커서도 안 돼요. 엄마들은 주로 누워서 한 손에는 아이를 다른 한 손에는 그림책을 들고 읽어주잖아요. 너무 무겁거나 크면 엄마 팔도 아프고 혹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으니까요. 책을 한번 본 후 두 번 다시 열어보지 않아도 되는 책이어서도 안 돼요.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소장가치가 있죠.”
두 아이에게 쥐어주는 책을 고를 때도 기준은 같다. 볼수록 매력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태교를 동화책으로 했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 그녀. 두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다양한 책과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책은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장난감과 같다.
“범준이는 아직 어리다 보니 놀이책을 사줘요. 남자아이여서 움직임이 있는 팝업북 같은 걸 좋아하더군요. 손에 들고 다니면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의 책을 많이 사주는 편이에요. 홍비 역시 범준이에게 해줬던 것처럼 했어요. 홍비는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해요. 화가 나 울음을 터뜨릴 때도 책만쥐어주면 금세 평온해질 정도랍니다(웃음).”



창의적인 스토리, 그림으로 표현하라
그녀가 지은 책은 다른 그림책과는 조금 다르다. 스토리에 맞게 동물 봉제인형을 만들고 세트를 짓는다. 거기에 조명을 비추고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에 일러스트를 덧입혀 책을 완성한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그녀는 대학에서 교육공학(교육현장을 개선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설계·개발·평가하는 학문)을 전공했다. 졸업 후어린이를 위한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다 자신이 직접 어린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미국 칼아츠대학원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애니메이션도 영화이기에 연극, 무대연출, 시나리오 등에 관해서도 배웠다. 평소 연출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스토리텔링, 스토리보드 등을 공부했고 매년 짧지만 애니메이션 영상물을 만들었다. 그 결과 그녀의 책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러한 활동은 동화뿐 아니라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됐다.
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스토리를 끌어내는 것이다.
“상상력을 확장하고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생각이라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의 상상에 세부적인 요소를 덧붙여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
가도록 하는 거죠. 먼저 아이 머릿속에 자유롭게 떠오르는 장면이나 영상을 설명하게 해요. 그 장면은 일상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추억일 수도 있고 판타지 같은 생각일 수도 있죠. 그런 후 아이에게 낮인지 밤인지,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 날씨는 어떤지, 풍경은 어떤지 세세하게 물어봐요. 이러한 활동이 익숙해지면 스토리를 이어갈 다음 장면을 생각할 수 있게 돼요. 자연스럽게 주변환경과 세부적인 요소를 떠올리게 돼 이야기의 완성도도 높아지고요.”
그녀는 “창의적인 스토리 구성은 그림을 그리면서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 머릿속에서만 있던 장면이 말이 되고, 그것을 시각화해 그림으로 그리는 일련
의 과정은 아이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그녀의 책 역시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동화책의 기초가 되는 가제본을 만든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사고력 쑥쑥
백희나 작가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끝나면 여러 개의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 학습지를 풀고 남는 시간에는 컴퓨터 게임이나 TV를 보는 환경에서는 아이가 생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 또 숙제를 도와줄 때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아이의 창의성을 퇴화하는 주범이라고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숙제가 많아졌어요. 이것저것 챙겨주다 보면 제 작업을 할 시간도 없죠. 그러다 보니 아이를 재촉하게 되요. 짧은 문장 짓기 숙제를 봐줄 때였어요. 파리가 키워드로 나왔기에 ‘파리를 잡았다’로 쓰라며 다그쳤죠. 아이는 제 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적지 않고 가만히 있더군요. 몇 분이 지났을까, 답안지에 ‘개구리가 파리를 잡아먹었다’로 쓰더군요. 아이가 쓴 게 훨씬 더 표현이 풍부하잖아요. 그때 깨달았죠.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고정관념 역시 아이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어린아이에게 무슨 고정관념이 있을까 싶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토끼를 그려보라고 해보세요. 유치원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대로 그릴 거예요. 집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뾰족한 지붕에 격자 창문이 달린 서양식 가옥을 그릴 거고요.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잘 그리지 않죠. 이처럼 아이들에게도 정형화된 면면이 있어요. 현실이 아닌 고정관념에 뿌리를 둔 상상력은 세부 묘사를 하거나 구체적인 상상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요.”
백희나 작가는 시각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이는 대로 그려보기’를 추천했다. 즉 한 가지 장면을 여러 각도로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는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줘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다.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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